책 속에 이상한 물건이 들어

연령 7~12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7년 8월 17일 | 정가 12,000원

책 속에 이상한 물건이 들어 있다. 액자 일곱 개와 붉은 유리판이 붙은 붓, 그리고 총탄에 맞아 숭숭 뚫린 것 같은 일곱 개의 구멍을 지닌 원판이 그것이다. 아이는 몇 가지 낯선 물건들 때문에 벌써 호기심이 발동한다. 책을 읽기도 전에 이리저리 뒤적거려 보더니 붉은 붓끝을 책 여기저기에 대어보느라 분주하다. 그러더니 책 중간 중간에 있는 약간 붉은 빛 도는 칠에 희미하게 숨겨져 있는 글씨를 읽느라 눈을 가늘게 뜨고 치켜다 본다. 그러기를 한참 이번엔 코팅 비닐위에 방사선으로 뻗쳐있는 거미줄 같은 선을 가진 작은 액자를 책 속에 삽입된 렘브란트의 그림에 돌려가며 맞춰본다.

그럼 이 책은 일단 성공이다. 이전과 다른 형식의 책 구성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는 자체적인 평가다. 아이는 본격적으로 이 생소한 도구들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책에 몰두할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 이전까지의 미술이나 음악 관련 도서들은 그다지 아이의 호기심을 크게 자극하지 못했다. 대부분 명화나 명곡을 지루하게 설명하거나 혹은 예술가들의 생애에 초점을 맞추어 인물 전기 형식으로 일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전의 다른 예술 관련 책과는 여러 측면에서 차별화된다. 단순히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독특한 도구를 활용했다는 측면에서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글의 전개 방식이나 내용, 시점의 차별성, 판타지적 요소의 적극적 활용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글의 변화를 추구하여 아이들의 흥미를 자아내는데 역점을 주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따라서 아이들은 이 책을 잡는 순간 결말을 보지 않고는 궁금증을 견뎌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우선 글의 내용은 추리 형식으로 되어 있다. 운영난으로 온갖 집기를 경매할 처지에 놓인 미술관에서 이상한 보물 상자가 나온다. 미술관장의 태도로 보아 의도적으로 나온 물건도 아니고 더더군다나 경매할 물건은 더욱 아니다. 특이한 자물쇠로 고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함부로 열다간 죽음을 면치 못하리란 무시무시한 문구까지 적혀있다. 이제 독자는 이 렘브란트의 그림 속에서 상자를 열 수 있는 일곱 가지 상징을 찾아야 한다. 책속에 동봉된 일곱 개의 액자는 바로 그 상징을 찾는 열쇠이다. 그리고 원판에 일곱 개의 구멍은 그 일곱 개의 상징을 맞춰야 열 수 있는 열쇠 구멍이다. 시간은 열세 시간밖에 주어져 있지 않으니 아이는 얼른 책속으로 여행을 떠나야 한다. 어찌 흥미롭지 않겠는가?

다음으로 글 내용의 시점이 이전 어린이 책과 다르다. 일인칭 주인공 시점이 아니라 ‘너’라는 2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사건을 하나하나 설명해간다. 사건을 위에서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있는 작가는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주인공 ‘나’를 책속에 ‘너’로 설정하여 나의 행동을 독자에게 낱낱이 보고하고 있다. 여기서 ‘너’는 관장님의 도움을 받아 렘브란트의 비밀스런 그림의 세계를 파헤쳐간다. 그 과정에서 독자는 보물 상자에 대한 추리만이 아니라 렘브란트의 생애와 그림 세계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 여행은 판타지 소설의 느낌을 갖는다. 양쪽에 고풍스런 등잔 전조등을 부착한 고전적인 자동차가 주인공을 과거로 데려간다. 렘브란트의 시대로 인도하는 타임머신의 역할이 바로 이 자동차이다. 그 먼 과거로 모험을 떠난 주인공은 렘브란트와 그 주변인물을 통해 보물 상자에 얽힌 사연을 알아낸다. 이런 판타지적 요소는 추리소설의 극적 효과를 높여 어린이들의 흥미를 유발하는데 아주 적격이다. 결국 보물 상자의 열쇠가 모두 찾아지고 보물 상자는 개봉된다.

이처럼 이 책은 아이들의 흥미를 자아내는 특별한 장치들이 마련됨으로써 책읽기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자칫 이런 극적 요소에만 얽매여 책이 의도하는 진정한 목적을 간과하지 않도록 부모의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반드시 부모가 아이와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누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