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학생들이 읽어도 좋은 책

연령 15세 이상 | 출판사 까멜레옹 | 출간일 2008년 4월 30일 | 정가 6,800원

남학생들이 읽어도 좋은 책 – 그녀들만의 사랑

예쁘다. 이 책의 첫 느낌이다. 하얀색 바탕에 알록달록한 파스텔 톤 동그라미가 점점이 박혀있고, 그 사이에 점으로 이루어진 두 소녀의 실루엣이 그려져 있는 표지는 내가 봐도 참 예뻤다. 여학생들이 선물 받으면 참 좋아할만한 책이라고나 할까? 독특한 표지로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나타내는, 참 개성 있어 보이는 책이었다. 교내 체육대회에서 이틀간 주전으로 뛰느라 온몸이 다 뻐근했지만, 자기를 어서 읽어달라고 재촉하는 것만 같아 힘겹게 책상 앞에 앉았다. 마음 한 구석에, ‘이거 여학생들 얘기라는데 내가 읽어도 되는 거야?’라는 유치한 호기심을 숨겨놓은 채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다카토 루리와 아야메 슈코이다. 루리와 슈코는 남들과는 조금 달랐다. 루리는 이성에게 연애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동성에게 이끌림을 느낀다. 자신의 성적(性的) 취향이 이상한 건 아닐까 하는 물음표에 갇혀, 아무런 감정이 없는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본다. 하지만 그 때문에 루리는 돈을 받고 남자에게 몸을 판다는 더러운 소문에 휩싸이고 만다.
또, 루리의 단짝인 슈코는 남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슈코는 초능력을 가진 이상한 아이라는 소문에 둘러싸인다. 그렇게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그 둘은 마음속에 깊은 상처를 품은 채 자신들만의 옹벽을 쌓고 남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그들은 둘 만으로도 충분했던 것이다.

그렇다. 공통분모를 가진 그녀들은, 보는 순간 서로에게 이끌렸다. 그들은 서로를 다르다고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남들로부터 차별화 당한다는 그 점이, 서로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처음은 우정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그 둘의 관계는 깊어졌다. 비록 같은 성(性)을 가졌지만, 그녀들에겐 별 문제가 되질 않았다. 그 둘의 사랑은 육체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이었기에, 남녀관계보다 더 깊고 끈끈했으리라.
그런데 다 읽고 나니 좀 이상했다. 소녀들 간의 우정을 그린 책이 아니었던가? 근데, 동성 간의 사랑이라니…? 선뜻 가슴에 와 닿질 않았다. 그래서 난, 이 책을 세 번이나 더 읽었다. 다시 읽었을 땐, 그저 동성연애 비슷한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또다시 읽었을 땐, 소녀들 간의 은밀함을 더 확실히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훑었을 땐, 그녀들만의 끈끈한 사랑에 일말의 감동까지 느꼈다.

솔직히, 난 동성연애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사랑이 국경이나 인종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성별까지 넘어서선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내 판단이 늘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 남학생들에게도 그런 감정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요즘 10대의 이성 관계는, 단순한 ‘ENJOY’일 경우가 많다. 조금만 호감을 느껴도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또 조금만 싫증나도 금세 헤어지고 만다. 그런 것에 비해서 루리와 슈코의 사랑은 참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해주고 아픈 상처를 보듬어주며, 동성 간의 우정을 사랑으로까지 승화시켰기 때문이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까멜레옹의 책은 항상 새로운 충격을 주는 것 같다. 청소년 권장도서를 많이 읽어봤다고 자부하는 나지만, 이런 주제를 다룬 책은 처음이었다. 동성애라……. 하긴, 동성 간의 결혼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국가도 꽤 많던데 뭘~!
역시 책을 읽으면 얻는 게 많아서 좋다. 내 사고의 폭을 더 넓게 해주고, 내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들을 깨뜨려주니 말이다. 남학생들도 한번 읽어봄직한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