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이들 학교에서 모자

시리즈 일공일삼 시리즈 48 | 강정연 | 그림 소윤경
연령 11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7년 5월 20일 | 정가 10,000원
수상/추천 황금도깨비상 외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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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이들 학교에서 모자 독후 대회라는 걸 했습니다. 아이와 엄마가 함께 읽은 책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는 거라서 대본도 준비했구요. 아이는 담담하게 잘 하는데 엄마는 왜 그리도 떨리든지……

선우 : 안녕하세요? 옆에 계신 분은 저의 엄마예요.

엄마 : 안녕하세요? 저는 선우의 엄마구요. 이렇게 만나서 반갑습니다. 선우와 제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눌 책은 작년에 비룡소에서 나온 <건방진 도도군>이라는 책입니다.

선우 : <건방진 도도군>은 개가 주인공이라는 것 때문에 좀 황당하긴 하지만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이에요.

엄마 : 그래. 네가 하도 재미있다고 하길래 엄마도 안 읽을 수가 없었어. 책을 읽으면서 엄마도 아주 유쾌한 기분이 들었어. 그리고 이렇게 멋진 책을 고르는 너의 안목에 감탄을 했단다.

선우 : 엄마, 고마워요.

엄마 : 책표지를 보니 도도가 멋진 의자에 앉아 있네.

선우 : 처음 책을 보았을 땐 고양인 줄 알았는데 애완견이라서 아마 이렇게 귀엽게 그렸나 봐요.

엄마 : 도도는 어떤 개였니?

선우 : 아주 잘난 척하는 것 같아요. 사람 흉내를 내는 것 같기도 하구요. 도도라는 이름이랑 딱 어울리는 표지 같아서 마음에 들어요.

엄마 : 도도는 어떤 개니?

선우 : 부잣집에서 아무 걱정 없이 사는 애완견이에요.

엄마 : 어떻게 사는데?

선우 : 치즈가 들어 있는 쇠고기 통조림을 먹고, 예쁜 옷을 입은 채 푹신한 전용 침대에서 잠을 자요.

엄마 : 정말 호화 생활을 하는 개로구나. 그런데 도도의 성격은 어때?

선우 : 아주 건방져요. 세상에서 제가 제일 잘난 줄 알거든요.

엄마 : 그래? 잘날수록 겸손해야 한다는 걸 도도가 몰랐던 모양이구나. 도도가 계속 부잣집에서 잘난 척하면서 살았니?

선우 : 아뇨. 버림 받았어요.

엄마 : 버림받아? 왜?

선우 : 기름기가 많은 통조림을 먹고 운동을 안 하니까 너무 뚱뚱해졌거든요. 너무 뚱뚱한 개는 애완견의 자격이 없대요. 그래서 도도를 키우던 사모님이 시골에 사는 운전 기사의 어머니한테 줘버렸어요.

엄마 : 도도가 참 안됐다. 평소 운동 좀 열심히 하지. 그런데 애완견에도 자격이 있니?

선우 : 그럼요. 저 같아도 그렇게 뚱둥한 개는 안 키울 거예요. 엄마, 저한테도 작고 귀여운 애완견 한 마리만 사주세요. 네?

엄마 : 그럼 너도 개를 키우다 뚱뚱해지면 버릴려고? 네가 필요할 땐 예쁘다고 하다가 네 마음에 안 든다고 버릴 생각을 하다니 정말 너무 했다.

선우 : 아니에요. 저는 안 그럴 거예요.

엄마 : 참, 도도는 시골 가서 어떻게 살았니?

선우 : 그곳에서 미미라는 개를 만났어요.

엄마 : 미미가 누구였지?

선우 : 도도보다 먼저 그 부잣집 사모님의 애완견으로 살던 갠데 사모님의 팔을 할퀴었다고 버려졌어요.

엄마 : 그래? 그 사모님 진짜 마음에 안 든다. 어떻게 가족처럼 데리고 살던 개를 그렇게 쉽게 버릴 수가 있는 거야. 개도 생명인데 못 쓰는 물건처럼 마구 버리다니… 미미는 시골에서 무얼하며 살았대?

선우 : 그 시골집이 김기사의 어머니네 집이잖아요. 그런데 그 어머니가 귀가 전혀 안 들려요. 그래서 어머니의 귀 역할까지 하면서 살았어요.

엄마 : 어떻게 귀 역할을 했는데?

선우 : 전화가 오거나 사람이 찾아오면 어머니께 가서 알려주었어요. 그러면 어머니는 미미한테 항상 고맙다고 했구요.

엄마 : 아아, 미미는비록 부잣집 사모님한테는 버림을 받았지만 귀가 안 들리는 어머니한테는 꼭 필요한 존재가 된 거구나.

선우 : 네, 미미와 어머니는 서로 보듬어주고 아껴주면서 외로움을 잊게 해주는 친구나 가족 같은 사이예요.

엄마 : 동반자 말이구나?

선우 : 동반자가 뭔데요?

엄마 : 동반자는 미미와 어머니처럼 서로 도움을 주면서 함께 살아가는 관계라고 할 수 있어. 하지만 부잣집 사모님과 도도는 주인과 개의 관계였지, 동반자는 아니었어. 그러니까 필요없다고 느끼는 순간 바로 버릴 수 있었던 거야.

선우 : 그래서 도도가 동반자를 찾아나서기로 한 거군요.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를 찾아서요.

엄마 : 선우가 벌써 눈치챘네. 도도는 그동안 사모님의 액서사리였다는 걸 미미 덕분에 깨달은 거지. 그래서 사모님이 다시 도도를 데려갔을 때 도망쳐 나온 거구.

선우 : 도도가 참 대단해요. 예쁜 옷과 맛있는 음식, 편안한 잠자리가 있는 부잣집을 박차고 나올 수 있는 용기를 칭찬해주고 싶어요.

엄마 : 엄마도 그래. 도도는 언젠가 또 버려질지도 모르는 주인에게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을 거야. 대신 서로 보살펴주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동반자를 찾기로 한 거지.

선우 : 엄마, 저는 부잣집을 도망쳐 나온 도도가 길을 헤매다 상자 줍는 할머니를 만났을 땐 진짜 동반자를 만난 줄 알았어요.

엄마 : 엄마도 그렇게 생각했어. 그런데 비 오는 날 교통 사고가 나는 바람에 할머니는 다치고, 도도는 동물보호소에 갖히는 신세가 되고 말잖아. 철장 안에 기운 없이 누워 있는 모습은 도도랑은 참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지 않니?

선우 : 그렇긴 해요. 하지만 그 덕에 도도에게 진짜 행운이 찾아왔잖아요. 바로 보청견이 될 수 있는 기회 말이에요.

엄마 : 선우야, 너 보청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니?

선우 : 눈이 안 보이는 사람들에게 길안내를 해주는 맹인 안내견이랑 비슷한 거 아닌가요? ‘맹인 안내견’이라고 쓰인 옷을 입고 다니는 개는 텔레비전이랑 책에서 본 적이 있거든요.

엄마 : 그래. 비슷해. 보청견은 맹인 안내견처럼 보청견 조끼를 입고 귀가 안 들리는 사람들의 귀 역할을 해주는 개야. 듣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란다. 선우도 앞으로 보청견이나 맹인 안내견을 만날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 그러면 도도를 생각하면서 잘 대해 주도록 해.

선우 : 네, 당연히 그래야죠.

엄마 : 도도가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박수진 씨네 가족을 만나던 날은 엄마도 도도만큼이나 감동스러웠어. 도도가 그렇게도 원하던 누군가의 동반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드디어 왔으니까.

선우 : 그런 행운이 온 건 도도가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노력한 결과인 것 같아요. 사실 동물 보호소에서 사는 것도 힘들었지만 6개월 동안 보청견 훈련을 받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말이에요.

엄마 : 그래, 늘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도도의 모습이 정말 멋지지? 아마 도도는 박수진씨네 가족이 되어 영원히 동반자로 살아갈 거야. 엄마는 편안한 생활에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 선택한 삶을 살아가는 도도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어.

선우 : 엄마, 도도는 비록 개지만 본받을 점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엄마 : 앗, 엄마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 책은 개를 주인공으로 했지만, 어쩌면 작가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렇게 빗대어 한 건지도 몰라. 필요에 의해 맺어진 관계는 언제든 버려질 수 있는 애완견의 신세와 비슷하다고 말야.

선우 : 엄마, 저도 애완견 도도가 아닌 보청견 도도처럼 살고 싶어요.

엄마 : 그래, 누군가의 주인이 되려고도, 주인을 가지려고도 하지 마. 도도처럼 스스로 자신의 삶을 찾아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선우가 도길 바래.

선우 : 네,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