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애완동물이라고 했다가

시리즈 일공일삼 시리즈 48 | 강정연 | 그림 소윤경
연령 11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7년 5월 20일 | 정가 10,000원
수상/추천 황금도깨비상 외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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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애완동물이라고 했다가 이제는 반려동물이라는 말을 쓴다. 그래서인지 방송에서도 동물에 대한 프로그램이 꽤 많다. 워낙 동물을 좋아하는 편이라 동물에 관한 프로그램은 한가한 일요일이면 거의 빠지지 않고 보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거기서 보면 유기견에 대한 이야기, 길에서 떠돌던 개가 힘겹게 사는 할머니를 따라다니다 결국은 한 가족이 된 이야기, 열심히 훈련을 받고 있는 개 이야기와 그 와중에 딴짓만 하는 개 이야기, 사람들의 욕심에 따라 성형하는 동물 등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 이야기들이 여기 이 책 속에 모두 녹아있는 것을 보고는 내가 보았던 그 모든 것들이 그냥 저절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정말로 개의 의지가 들어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강아지를 키우면서 동물병원에서 받은 수첩에는 수컷 강아지가 새끼를 못 낳도록 하는 수술을 하면 성질도 온순해진다는 이야기가 써 있다. 한때는 나도 거기에 혹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 강아지에게 못할 짓을 하는 것 같아 그만두기로 했다. 또 며칠 전에는 딸이 개가 못 짖게 하는 수술도 있다며 그걸 해주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도 한다(가끔 밤에 짖어서 긴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마침 이 책을 읽고 난 후였기에 그건 정말 개 입장에서 보면 학대 수준을 넘어 생물 취급을 하지 않는 무책임하고 비열한 짓이라는 것을 조목조목 설명해 줬다.

순전히 개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전개해 가는 이 책은 읽는 내내 ‘그래 개들은 이렇게 생각하는 거였구나.’ 내지는 ‘개들이 이래서 그랬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요즘 유기견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버려진다’는 것을 사람의 집을 나선 공간 즉 떠돌아다니는 것만을 의미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키우다가 귀찮다거나 힘들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줘버리는 것도 개의 입장에서는 버려지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뜨끔했다. 사실 우리도 처음에 조금 키우다가 힘들면 시골에 갖다 주기로 합의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걸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개의 입장에서는 그것도 버려지는 것이란다. 가만 생각해보니 그럴 만도 하겠다. 정말 뒤통수를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순수하게 개의 시선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호칭 또한 특이하고 재미있다. 도도의 원래 주인인 사모님은 남편이 ‘야’라고 부르기 때문에 도도는 그녀를 ‘야’라고 명명한다. 마찬가지로 그녀의 남편은 ‘그 인간’이다. 아마도 돈 많고 밖에서는 교양있는 척 행동하는 사람들이 자기들의 공간에서는 어떤 말을 하고 어떻게 상대를 대하는지 말해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유야 어찌됐든 독자 입장에서는 통쾌하고 신선했으며 재미있었다.

인간의 눈으로 개들의 모습을 그렸기 때문인지 개들의 사회도 인간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러다가 간혹 도도의 눈을 빌어 인간사회의 모순과 인간들의 수치스러운 모습을 비꼰다. 또한 짧고 직설적인 문장은 읽는 이의 마음을 유쾌하고 시원하게 해준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동반자를 찾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도도의 모습을 보면서 혹시 훈련장에서 훈련받는 개가 저런 마음을 갖고 열심히 훈련받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인간에 종속되었던 이름인 도도를 버리고 초롱이로 새 삶을 시작한다는 설정은 아이들도 자신이 삶의 주체자로서 우뚝 서길 바람과 동시에 동물의 입장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