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나는 똥덩이 하나만 덩그

시리즈 비룡소 창작 그림책 33 | 글, 그림 박경효
연령 6~9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8년 5월 29일 | 정가 12,000원
수상/추천 황금도깨비상 외 6건

냄새나는 똥덩이 하나만 덩그라니 놓여있는 표지부터 웃음을 자아낸다.

입이 똥꼬에게 과연 무슨 말을 했을지 저절로 궁금증이 생겨난다.

아이들은 이상하게 모두 똥이야기를 좋아해서 똥꼬라는 녀석이 등장했다는 것만으로도 벌써 킥킥대며 즐거워한다.

비룡소 창작 그림책 서른세번째 책으로 여섯살부터 라고 되어 있지만 네살 둘째도 전혀 무리없이 즐겁게 볼 수 있었다.

큰아이 역시 읽는 내내 키득거리며 좋아했다.

입의 우쭐대는 자기 자랑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말하고 노래 부르고 뽀뽀도 하고 케이크 촛불도 끄며 ,이와 혀까지 있으니 자신이 우리 몸에서 최고라고 한다. 여기까지는 입의 말이 맞는 것처럼 느껴진다.

곧이어 코, 눈, 귀, 손, 발도 저마다 자신들도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며 질세라 자랑을 늘어놓는다. 사실 우리 몸에서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으니 모두의 말이 다 옳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러던 중 똥꼬가 똥을 누고 방귀를 뀌어대자 입은 똥꼬가 더럽다며 같은 몸에 있는 것을 창피해 하고, 똥꼬가 없어졌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그날 밤, 입은 뜻대로 똥꼬가 없어진 것을 알게 되고 온갖 먹을거리를 잔뜩 먹는다.

이 부분에서는 우리 몸의 소화기관과 소화 과정을 쉽고 재미있는 그림과 글로 잘 보여준다.

단순한 창작 그림책의 역할을 넘어 과학 그림책의 역할까지 톡톡히 해 내고 있어 더욱 좋았다.

간결하지만 독특한 매력이 인상적인 삽화 역시 글과 잘 어우러져 개성있는 책의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검은 붓 선 느낌의 테두리로 둘러싸인 수채화같기도 하고 수묵화같기도 한 그림은 시종일관 독자들을 강렬하게 사로잡는 매력이 있어서, 기발한 줄거리를 더욱 환상적으로 표현해 주고 있다.

배경을 과감히 생략하였기때문에 하얀 여백 속에서 그림이 더욱 돋보이고,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느낌도 고스란히 전달되는 듯 했다.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고도 남음이었다.

똥꼬가 없는데도 입은 자꾸만 음식을 먹었고 배 속은 난리가 난다.

갈 곳을 찾지 못한 음식들은 결국 죽처럼 반죽된 상태로 입으로 다시 튀어 나오고 마는데….

음식을 토해내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는데, 아이들은 그 상황과 그림이 마냥 재미있는지 아주 데굴데굴 구르며 웃어대었다.^^

다행히 그 악몽같은 순간은 꿈이었고 , 입은 똥꼬의 소중함을 절감하게 된다. 얼마나 다행스럽고 흐뭇한 결말인가.

어린이들에게 우리 몸, 우리 가족, 우리 사회, 우리 지구에서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으며, 저마다 중요하고 가치 있는 존재임을 자연스럽게 알려줄 수 있다는 훌륭한 교훈도 숨어 있다.

똥꼬와 같이 너무나 익숙해서, 그리고 하찮게 느껴져서 그 고마움을 잊고 있는 것(동식물, 사람 등)은 없는지 아이들과 진지하게 이야기 나누는 계기가 되었다.

큰아이와는 비룡소 사이언스 일공일삼 <똥> 과 함께 읽었다.

똥이란 것이 결코 더럽고 피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각 기관들이 열심히 일한 결과물임을, 자연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아이들이 즐겁게 읽으며 소중한 교훈까지 얻을 수 있었으니 더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책 <입이 똥꼬에게> , 참으로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