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 -’아빠와 딸의 7일간’을 읽고-
불의의 사고로 두 사람의 영혼과 몸이 뒤바뀐다? 얼핏 들으면 신선한 주제 같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이러한 사건에 대해서, 누구나 한 번 쯤은 생각해봤음직한 식상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 다카하시는 달랐다. 그 진부한 소재로 아주 특별한 내용의 책을 쓴 것이다. 바로 ‘아빠와 딸의 7일간’이다. 어떻게 남녀의 영혼과 몸이 바뀔 수 있을까? 그것도 아빠와 딸이…….
책의 내용은 이렇다. 아빠한테 차갑게만 대하는 철부지 17살 여고생인 딸 고우메와, 화장품 회사의 부장 자리에 앉아 있지만 점차 구석으로 내몰리는 47세의 샐러리맨 아빠. 그들은 갑작스런 지진으로 인한 지하철 사고로 서로의 영혼과 몸이 뒤바뀌게 되고, 그 후 벌어지는 7일간의 에피소드를 다룬 것이 바로 이 책의 줄거리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뭐야? 다른 영화랑 별다를 게 없잖아?’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영혼과 몸이 바뀐 주체가, 아빠(남자)와 딸(여자)이라는 것.
고우메는 아빠를 극도로 싫어한다. 아빠는 일밖에 모르는 일벌레이며, 딸의 세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속물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세탁기에 속옷을 빠는 것도, 같은 욕조를 사용하는 것도 불쾌하게 여길 정도다. 고우메는 아빠와 한 마디의 대화도 나누지 않는다. ‘세상에서 아빠가 제일 싫은’, 17세 철부지 여고생 딸이다.
아빠는 그런 딸의 모습을 보면서, 어린 시절의 고우메를 그리워한다. 딸의 세계를 이해하려 애를 쓰고, 고우메와 대화를 해보려고 노력하지만 허사일 뿐이다. ‘세상에서 딸을 가장 사랑하는’, 47세의 소심한 샐러리맨 아빠다.
그런 상황에서 둘의 영혼과 몸이 뒤바뀐 것이다.
아빠는 딸의 입장이 되었다. 고우메의 남자친구인 겐타와 데이트를 하고, 장난꾸러기 친구들과 어울리고, 어려운 화학 시험을 보는 등, 여고생의 생활을 체험하는 동안 점점 고우메를 이해하게 된다.
고우메는 아빠의 입장이 된다. 47살 샐러리맨의 고충을 절실하게 느낀다. 상사에게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펴지도 못하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에 급급했던 아빠. 처음엔 비겁하고 이해할 수 없는 어른의 세계라고 생각하지만, 점차 아빠라는 자리의 어려움과 힘듦을 알게 된다. 아빠가 그런 모습으로밖에 살 수 없었던, 그런 것들을 차츰 깨닫게 되는 것이다.
7일이라는 시간은 한 사람을 완전히 이해하기에 충분한 시간은 아니다. 그러나 아빠와 딸이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계기는 충분히 될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상대방의 세계를 점차 이해해 나가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린 어떤 일에 부딪혔을 때 당사자가 되어보기 전에는, 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다. 그러므로 어떤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거나 그 사람의 단면만을 보고 평가해선 안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설사 가족 간이라 할지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안타까웠던 점은 이와 비슷한 소재의 영화가 이미 나왔었다는 점이다. 배경과 주인공만 다를 뿐, 전체적인 내용은 영화 ‘프리키 프라이데이’와 별다를 게 없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선 엄마와 딸의 외모가 바뀐다. 그러므로 별로 독창적이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년의 심리와 직장인의 고충, 그리고 부모와 자식 간의 첨예한 대립을 정말 잘 묘사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