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은 계획적으로^^

연령 1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0년 6월 29일 | 정가 12,000원
수상/추천 뉴베리상 외 1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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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곳은 큰 산이 있었다. 가끔 저 산 너머엔 어떤 세상에 있나 궁금했다. 그러나 그 길을 나서진 않았다. 나는 멀미를 심하게 했고 걸어서 그 산을 넘기엔 산이 너무 컸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건 핑계고 사실은 너무 겁이 많았다. 마을과 학교 밖으로 혼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할 정도로^^ 그 산에 혼자 가는 것도 무서워했다. 때문에 ‘가출’이라는 단어는 내게 너무나 낯선 단어였고 내가 태어나서부터 쭈욱 친구로 알고 지내던 친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뉴욕 근처 작은 도시에 사는 클로디아는 평범한 중산층 가정의 맏딸이다. 학교에선 공부 잘하고 집안 환경도 평범하다. 맏딸이라서 집안에서 해야 할 일이 약간 더 많을 뿐인데 클로디아는 여자라서 차별받는다고 느낀다. 게다가 평범한 일상이 지루하다. 이러면서 클로디아는 가출의 정당성을 찾는다. 클로디아는 특별한 아이이고 싶다. 그래서 ‘가출’한다. ’5분 계획하고 움직이면 15분은 절약한다’걸 아는 똑똑한 클로디아는 몇달 전부터 가출을 꼼꼼하게 준비한다. ‘가출계획서’를 작성하고 실천하는 클로디아는 이미 이전의 클로디아가 아니다. 하루하루가 긴장되고 짜릿하다. 가출 단행 이틀 전에야 ‘경제적’ 목적으로 포섭한 남동생 제이미에게 알려준다.

 

가출장소는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다. 부모님께 걱정 말라고 편지도 썼다(그런다고 걱정 안할 줄 알았더란 말이지-_-). 가장 안전하고 멋진 가출장소라는 것은 인정하고 싶다. 둘은 그곳을 꼼꼼하게 탐색하여 잠잘 곳, 먹을 곳, 공부할 거리를 찾는다. 클로디아는 기특하게도 아직 자기들에게 배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날마다 새로운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그게 기쁘다는 걸 아는 아이다.

 

천사상이 과연 미켈란젤로가 만든 것인가를 알아내는 과정에서 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를 만나게 된다. 클로디아는 가출 장소와 가출 기간에 무엇을 했는가하는 비밀을 털어놓는 댓가로 새로운 비밀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비밀을 간직하게 된 클로디아는 이제 다른 모험이 필요하지 않다. 비밀을 간직하고 지키는 것이야말로 어마어마한 모험이니까.

 

이야기를 들려주는 프랭크와일러 부인은 독특하다. 부자이고 장난기도 많고  비밀이 많다. 누구보다도 아이들에게 줄 수 있고 줘야 하는 게 무엇이라는 걸 안다. 아이가 어떤 일에 행복해 하는가를 아는 것이다. 아이가 없음에도 할머니는 안다. 할머니 마음속에 어린이가 있기 때문이다. 할머니 덕택에 클로디아는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내용은 3~4학년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허나 할머니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어른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조언들로 가득하다. 할머니는 괜히 할머니가 된게 아니다. 배우고 경험하여 지혜를 품고 있다.

 

클로디아의 재기발랄함을 보면서 내 딸이 저렇게 커줬으면 좋겠다. 겁쟁이 엄마를 닮지 말고. 이런 생각을 했다. 허나 제발 가출은 아무리 계획적으로라도 하지 말아라. 일주일동안 심장이 쪼그라들었을 부모 생각을 하면 으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