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에 대한 긍정적 생각을 심어주는 작품

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198 | 글, 그림 케빈 헹크스 | 옮김 이경혜
연령 5~8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8년 4월 18일 | 정가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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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엑 꽂힌 외국 작가 중 한 사람이 바로 케빈 헹크스다.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케빈 헹크스의 작품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부터 아이는 케빈 헹크스의 작품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왜 일까? 곰곰히 생각해 보니 ‘공감대 형성’ 에 따른 문제였다.
또래 집단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을 주제로 아이들의 생가가 눈높이에 맞춰 글이 진행된다.
게다가 유머와 재치가 가득하고, 또한 아이들에게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그의 작품을 읽고 나면 한가지씩은 얻은 듯한 느낌을 받는 것 또한 장점인 듯 하다.

학교 입학하기 전에는 실감이 나지 않는 이야기였다면, 이제는 실제 생활과 너무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야기들이다 보니 이제서야 그의 작품에 빠져들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선생님이 최고야’ 를 시작으로 그동안 집에 있으면서도 자주 읽지 않았던 ‘또또는 걱정대장’ , ‘릴리의 멋진 날’, 원서로 읽은 ‘오늘은 좋은 날(A Good Day)’에 이르기까지 지금 아이는 케빈 헹크스의 작품을 찾아 모두 읽기를 시도 중이다.

‘난 내 이름이 참 좋아’ 역시 아이가 이번에 찾은 케빈 헹크스의 작품이다.
원서로 읽을지 번역서로 읽을지를 두고 고민 끝에 우선 번역서를 선택했다.
아이의 영어 실력이 원서를 읽기에는 아직 충분치 않다는 이유와 아이에게 원서를 읽는 부담감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아이가 읽고 싶은 책을 맘껏 읽을 시기이기에 그 즐거움을 계속 주고 싶었다.

아이는 책이 도착하자마자 자기 방으로 가져가 읽는다.
조용히 책을 읽고 난 후 언제나처럼 나에게 꼭 읽어보라고 이야기한다.

예전에는 내가 먼저 읽고 아이에게 책을 권했다면,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아이가 먼저 읽어 본 후에 엄마도 읽었으면 좋겠다고 하며 권한다.

엄마가 같은 책을 읽는 다는 즐거움과 책을 읽고 난 후 느낌을 공유해서 인지 아이는 함께 읽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아이의 권유대로 아이가 학교에 간 후에 이 책을 읽었다.

역시 케빈 헹크스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유머와 재치, 그리고 따뜻한 교훈이 담긴 책이었다.

제목처럼 이야기는 이름에 얽힌 이야기다.
표지에서도 볼 수 있듯 크리샌써멈(국화)이란 이름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자기 이름이 세상에서 가장 좋다고 생각했던 크리샌써멈.
하지만 입학과 동시에 그 생각은 산산이 부서지고 만다.
왜냐하면 반 아이들의 크리샌써멈이란 이름을 가지고 놀리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크리샌써멈은 고민한다.
현재 이름 때문에 고민하는 모든 사람들처럼 똑같은 고민을 한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우리 아이는 이름 때문에 고민하는 일은 아직까지 없었다.
하지만, 그와 달리 반 아이들의 직설적 표현과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말과 행동 등으로 인해 상처름 받고 있다.
그렇다보니 아이는 이 상황이 더 가슴에 와 닿은 것 같다.
같은 반 친구 이야기를 하며 아이가 받았던 상처에 대해 숨겨진 이야기를 꺼낼 정도였으니, 이 책을 읽으며 아이가 내면의 상처를 보듬어 주었음을 알 수 있었다.

크리샌써멈의 고민은 음악 선생님을 통해 풀린다.
아주 멋진 말로 크리샌써멈을 놀리던 아이들의 마음을 바꿔놓는다.

발상의 전환이 돋보이는 케빈 헹크스의 재치있는 글솜씨가 빛나는 장면이다.

어른들 또한 유년 시절을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나 또한 이 작품을 읽으며 초등학교 시절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았던 친구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유독 이름으로 별명을 짓던 남자 아이가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기발한 생각을 하는 창의적인 친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친구는 같은 아이들 대부분에게 이름과 연관지어 별명을 지어 주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별명은 이름과는 별개의 별명인 ‘조선 나이키’와 ‘빼꼼이’다.
‘조선 나이키’는 검정 고무신을 신고 학교에 오던 한 남자 아이에게 붙인 별명이다.
초등 3학년에 붙인 별명이니 얼마나 기발한가?
그 아이는 그 별명이 무척 듣기 싫었을 것이다.
가정 형편이 넉넉치 않다 보니 그 흔한 운동화를 신지 못하고, 당시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신으시던 고무신을 신고 학교에 와야 했으니, 그것도 하얀 고무신도 아닌 검정 고무신을 신고 말이다.
놀림의 대상이 되었던 별명이지만 그래도 이 별명을 붙인 친구의 기발함에는 지금 생각해도 감탄이 난다.

또 하나의 별명 ‘빼꼼이’
요즘 한 어린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흰곰 이름이 ‘빼꼼’이다.
아주 유명한 케릭터 중 하나다.
하지만, 내가 처음 이 케릭터 이름을 듣고 생각한 것은 바로 초등학교 시절 한 여자 아이의 별명이다.
이 별명 또한 그 남자 친구가 붙였다.
이유를 들어 보면 더욱 재미나다.
같은 반 여자 아기가 있었다.  그 여자 아이는 눈이 아주 작았다.  그것을 보고 별명 붙이기의 귀재였던 친구가 ‘눈을 빼꼼히 뜨고 있다’고 하여 ‘빼꼼이’라고 지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방안에서 문을 살짝 얄고 바깥을 내다볼 때 쓰던 ‘빼꼼 본다’라는 표현에서 따온 별명이었던 것이다.
그 이유가 너무도 그럴싸해서 반 친구들이 모두 박장대소를 했던 기억이 난다.
빼꼼이란  별명은 친구가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붙어 다녔다.

이 별명의 귀재가 내게도 붙여준 별명이 있었다.
바로 조선시대 최고의 명필가였던 ‘한석봉’이다.
내가 초등 4학년 시절에 붙은 별명이니 얼마나 특징이 없는 아이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 별명의 이유를 물었더니, 내가 글씨를 잘 쓰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교과서에 실린 ‘한석봉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 냈다는 거다.
다행히 내게는 칭찬으로 들리는 별명이라 생각되어 그 이유를 듣는 순간은 우쭐해졌었다.
하지만, 이후 그 아이는 이 별명을 가지고 집요하게 놀려댔다.

빨강머리 앤에 나오는 길버트처럼.

지금 생각하니 이 친구가 즐거운 추억을 선사했지만, 케빈 헹크스의 작품을 읽는 동안은 이름등으로 인해 놀림을 받았던 친구들의 마음이 얼마나 상처가 컸을지 다시 생각되었다.

이렇듯 그의 작품은 아이들에게는 올바른 가치관을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일깨우는 매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