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하기 두려워하는 아이를 위한 책

연령 8~9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7년 11월 5일 | 정가 7,500원
수상/추천 교보문고 추천 도서 외 7건

천성적으로 나서기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왕부끄럼쟁이 아이들이 있다. 내 아이로 말할 것 같으면 집에서는 입이 붙어있질 않을 정도로 말을 많이 하는데다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주장할 지도 아는 아이다. 나는 내 아이가 집에서 하는 것 절반 정도만 해도 발표 잘 한다는 말을 들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왠걸 사춘기가 일찍 찾아오나 남들 앞에서는 유난히 낯을 가리는 거다. 이웃 아줌마를 만나도 내 뒤에 숨어버버리고, 인사를 하라고 해도 개미 소리 마냥 기어들어간다. 이러니 학교 갈 나이가 되자 내 걱정은 커지지 않을 수 없었다. 유치원에 물어보니 절대로 먼저 손들고 발표하는 일도 없다고 한다. 그래서 가족끼리 있는 자리에서도 노래도 시키고 춤도 시키면서 박수도 쳐가며 여러모로 표나지 않게 연습을 시켰다. 집에선 잘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도 혼자 일어서서 발표하는 것, 특히 칠판 앞에 나가서 하는 건 두렵고 떨리는 일이라는 걸 알았다. 그렇다고 해서 금방 이 떨림증이 극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엄마도 그랬다고(실제로 그랬다), 처음엔 힘들지만 하다보면 이 책의 남자 아이처럼 떨지 않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학교에 가자 발표해야 할 것이 많아졌다. 꼭 해야 하는 건 그래도 하는 편인데 자진해서 손들고 하는 건 잘 안하는 것 같더니 발표하면 칭찬막대를 선생님이 주자 이젠 스스로 손도 든다고 한다. 확실히 칭찬보다 더 큰 묘약은 없는 듯 하다.

아이의 심리가 아주 잘 나타나있는 이 책은 부끄럼 많고 소심한 아이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