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이들이 이 책을 읽어 낼 수 있을까?

연령 12~2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7년 12월 25일 | 정가 14,000원

이 책은 아이들에게는 썩 흥미로운 책이 아닌 듯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아이들, 아니 이 책을 읽을 능력이 되는 아이들(그 아이들은 책을 잘 읽는 힘이 있는 아이들일 수도 있고, 수학교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일 수도 있겠다.)은 이 책을 읽고는 이 책에 굉장히 후한 점수를 준다.

작년 4학년을 할 때 이 책을 재미있게 읽고 있는 아이를 보고, 특히 교과서에 나오는 책이라는 점에 점수를 주어 방학 때 읽어 보려고 집에 들고 왔으나 다른 책에 밀리어 결국 다시 들고 갔던 쓰라린 기억이 있다. (이 책은 나의 흥미를 끌어 당기는 것에도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 6학년에서는 곧 배우게 될 교과의 읽을거리로 이 책의 시작 부분이 인용되어 있어 꼭 전체 내용에 대한 이해를 해 두어야겠다는 큰 맘을 먹고 이번에 읽게 되었다.

책은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다.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다른 선생님은 작가가 수학자가 아니냐고 물으신다. 취재(조사)를 열심히 한 전문작가가 아니겠냐고 답변 드렸는데, 감사의 글을 통해 어느 정도 그 의문은 해결 되었다. (내 생각이 맞았다.)

최근에 조성실 선생님이 쓰신 <<즐거운 수학 시간 만들기1>>라는 책을 읽으면서 숫자 0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도입하는지, 아라비아수가 일반적으로 쓰인 이유라든지… 하는 것들을 학습과 관련지어 아이들에게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를 소개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서, 많은 사람들은 그것(수학적인 것들)에 무관심하고, 일부 사람은 수학적인 사실에 집중하지만, 이 책의 작가인 엔첸스베르거처럼 문학작품에 수학적 사실을 접목시켜 승화시키려는 시도는 없었다는 점에서 작가의 도전을 무척 높이 사고 싶다. 

‘수학을 싫어하는 한 소년이 수학의 원리를 깨우치기까지’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은 작가가 열 살짜리 딸에게 선물하기 위해서 썼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우리 반 아이들이 읽어 무리없겠다 싶다가도 책 속에 포함되어 있는 정말 많은 수학귀신(대 수학자)들의 머리를 앓게 했던 그 이야기들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면 중학생 정도는 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본다. 하지만, 책에 나온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해서 수학과 관련한 수 부분을 뛰어 넘더라도 문학작품으로서의 글을 이해하는데는 큰 무리가 없을 듯하다. (이 책을 읽던 우리 반 아이 하나는 종이를 꺼내어서 시험칠 때 계산 과정 적듯이 무언가를 적어가면서 책에 폭 빠져 읽고 있었는데 그 아이는 우리 반에서 수학적 사고가 가장 뛰어나고, 계산력도 정확한 그런 아이였다. 책이 재미있냐고 물었더니 힘주어 “네!’라고 대답했다.)

깡충뛰기(거듭제곱), 근사한 수(소수), 껌 나누기(무한히 작은 수), 껌 더하기(무한히 큰 수), 뿌리(제곱근), 사슬 분수(제곱근), 자리 바꾸기(순열), 악수(조합), 야자수 열매(삼각형 숫자), 이치에 어긋나는 수(무리수), 평범한 숫자(자연수), 정사각형 숫자(제곱한 수), 쾅(팩토리얼) 등의 용어를 만나는 것도 재미있다. 아이들이 이 다음에 제곱근이니, 무리수니, 허수니하는 것을 만나면서 수학귀신을 떠올린다면 재미있을 듯하다.

자연수, 홀수, 근사한 수(소수), 1,1,2,3,5,8,13,21,34,55,89,144,233,377,610…의 피보나치 수, 삼각형 수, 2깡충 뛰기 수, 쾅…등의 숫자들 이야기도 끊임없이 나온다. 때론 머리가 아프고, 때론 흥미롭고.

그런가 하면 수학이라는 학문적 범주를 떠나서 문학으로도 이 작품은 손색이 없다. 로베르트와 수학귀신과의 만남을 이야기 해 보자. 수학이 너무너무 싫은 아이, 로베르트는 항상 악몽에 시달려서 잠 자는 것이 두려울 때가 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꿈 속에서 수학귀신을 만난다. 처음에는 다른 고약한 악몽들에 비해 그래도 훨씬 나은 꿈이라고 생각하지만, 수학귀신이 들이대는 숫자들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싫다고 외치지만, 꿋꿋하게 자기 할 말을 다 한 수학귀신과의 만남이 회를 반복할수록 기다림으로 바뀌기도 한다. 수학귀신과 함께 찾아간 수학천국/수학지옥을 거친 열두번째 밤을 끝으로 수학귀신과의 이별을 하지만, 동시에 로베르트는 수학과의 새로운 만남을 시도하게 된다.

이 책에서는 수학이란 계산을 빨리 하고 정확하게 하는 학문이 아니라 사고하는 학문임을 이야기 하고 있다. 많은 수의 계산이 힘들면 계산기를 사용하면 될 일이다.

수학귀신과의 수학여행도 재미있고, 로베르트와의 꿈속나라도 재미있는 좀 고차원적인 동화책을 한 권 만났다. 수학귀신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