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베 선생님을 닮고 싶다.

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28 | 글, 그림 야시마 타로 | 옮김 윤구병
연령 8~1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6년 7월 10일 | 정가 13,000원
수상/추천 칼데콧상 외 4건

나는 이 동화책을 읽으면서 교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 번 더 느꼈다.

학교에서 교사가 아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친구들이 그 아이를 바라보는 시각을 결정 해 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없는 평범한 아이들에게 적용되는 말이 아니라 약간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의 경우에 적용되는 말이긴 하지만 말이다. 학년 초에 아이들을 만나게 되면 그 속에는 참으로 다양한 모습의 아이들이 있다. 이미 지금까지 아이들의 모습은 친구들 사이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결정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3학년을 할 때였다. 새학년 첫날 등교하지 않은 아이가 있어 왜 안 왔을까 물었을 때 “걔는 원래 그래요. 걔 바보예요.”같은 말을 아무 생각없이 하는 친구를 본 적이 있다. 이 친구가 이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그 이전 학년에서 이 아이를 아이들과 선생님이 모두 바보로 대했기 때문이리라. 아직 생각을 해서 말을 거를 줄 모르는 아이들은 이렇게 쉽게 말을 내뱉어 버린다. 하지만, 나보다 부족한 친구가 한 교실에 있을 경우 놀리기보다는 조금 더 가진 자로서 그 아이를 위해 도와주라는 의미로 너희들은 몸도 마음도 건강한 거라고 이야기 해 주면 어린 아이일수록 그것을 쉽게 이해하고 잘 받아들여주었다.

이 이야기도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는 이야기다. 선생님을 무서워해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고 아이들을 무서워해서 아무하고도 어울리지 못하는 그래서 늘 따돌림을 받는 땅꼬마. 이상한 행동을 해서 친구들에게 바보, 멍청이라 놀림받는 땅꼬마가 6학년이 되어 만난 이소베 선생님은 모두에게 다정하셨지만, 땅꼬마에게도 아낌없는 칭찬을 하실 줄 아는 그런 멋진 선생님이시다. 학예회 때 땅꼬마의 까마귀소리는 진짜와 똑같았고, 모두의 큰 박수를 받게 된다. 졸업하면서 6년 개근상을 받은 아이도 땅꼬마 하나다. 학예회 이후 작아서 땅꼬마라 불렸던 우리의 주인공은 까마동이(까마귀 소년)라고 불리게 된다. 땅꼬마가 이소베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던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나도 우리 반의 ‘땅꼬마’에게 ‘이소베’ 선생님이 되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었다. 집안 일을 도우면서 살지만, 까마동이라 불릴 수 있어 행복한 아이. 까마귀 소년의 미소를 책임 질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다.

*아이들과 함께 한 활동 소개*

해마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왕따를 다룬 책 6권을 가지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3번째 실시하는 수업인데, 각 모둠별로 한 권의 책을 주고 그 모둠에서 같은 책을 읽게 한 다음 모둠별 스피드 퀴즈를 한 후 작은 책 만들기를 한다. 그리고 서로 다른 책을 읽었지만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 6권의 책의 주제에 관해 이야기 해 본 후 우리 반을 왕따 없는 반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 우리가 노력할 점을 이야기 나누면서 수업을 마치고 이 때 만든 작은책은 학급환경으로 전시 해 두고 있다. 이 작은 책에 들어가는 내용은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가 되어 일기 써 보기, 괴롭히는 아이가 되어 사과 글 써 보기, 주인공 그려보기(시간이 허락할 경우), 나의 약속 등으로 구성되는데, 아이들에게 꽤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해 주는 활동이었다. 지금 알라딘 중고도서로 해당 도서를 사 모으고 있는 중이다. 서너권이 있으면 아이들에게 책읽히기가 좋아서. 도서관에 책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학교를 옮겨 도서관에 책이 없을 경우를 대비하고 있는 중. 해마다 꼭 해 보고 싶은 수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