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들은 정말 죽기살기로 매달리는 추리소설. 그런데 이번 추리소설은 기존의 추리소설과 좀 달랐다. 명탐정은 명탐정인데 아침형 인간도 셜록홈즈처럼 열정적으로 수사하지도 않고 범인을 잡아 세상에 알리지도 않는다. 빈둥빈둥 게으름뱅이이데가 끝이없는 식욕, 심각한 건망증에(자신이 해결했던 사건까지도 잊어버린다) 괴상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아이,마이,미이네 옆집에 이사를 오고나서부터 세 쌍둥이는 네 천재아이들의 유괴사건에 휘말리게된다. 천재라고 불리는 네 아이들이 사라지고 범인인 백작까지 사라져 버리는 괴상한 사건에. 명탐정이라고 자칭하는 유메미즈씨는 사건을 해결했다고 큰소리를 떵떵 쳤지만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항의편지가 오고 메스컴에서도 잊혀질때까지 아예 잊어버린 사람처럼 입을 닫아버린다. 네 아이 모두 무사하게 돌아올 때까지.
그리고 여름방학의 마지막 날 모든 비밀을 다 벗겨낸다. 사건 장소인 오무라 어뮤즈먼트 파크의 사장인 오무라씨를 범인인 백작으로 지목하고 유괴는 네 아이들과 오무라씨의 합동작전으로 일어난 자작극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그 자리에 경감은 없었다. 결국 이 사건은 사람들에게는 그냥 단순한 ‘사건’이었고 아이짱, 마이짱, 미이짱, 유메미즈씨에게는 목표였고 오무라씨와 네 천재아이들에게는 행복을 위한 자작극으로 남게되었다.
경감이 끝날때 쯤 지금까지 ‘사건 해결’과 ‘범인 체포’가 같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번 사건으로 둘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는데 꽤나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평범’이란 것이 평범하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간절한 소원인지도 알게 되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게으르고 건망증에다 괴짜이기만 한 유메미즈씨. 게다가 그는 아이짱이 ‘자신감 은행’에 적금했다고 할 정도로 자신감이 충만했다. 그런 그는 모두가 비난을 하고 원망을 할 때에도 나는 나를 믿기때문에 사람들의 시선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내가 나를 믿고 정말로 아낀다면 정말로 주변의 시선따윈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렇게 주변의 시선 따위 신경쓰지 않고 생활하기는 정말 어려울 것 같다. ‘나’라는 존재는 타인의 판단으로 주변에 알려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신뢰를 잃는다면 어디에 가던지 인정을 받지 못할것이다. 나를 아낀다는 것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이지 제 멋대로 행동하고 생각한다는 뜻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너무 남의 시선에만 신경 쓰면서 소외감을 느끼고 소심해지는 것도 결고 좋은 일은 아니다. 사리분별을 하면서 적당히 자신을 아끼고 사람들에게 나에대한 믿음을 심어줘야 원활한 사회생활이 이루어질 것이다. 원활한 사회생활이 이루어지다보면 자연스럽게 자신감은 생기겠지.
유메미즈 씨가 사건의 트릭을 다 안다면서 밝히지 않을 때는 나도 답답했었다. 그런데 이제 알 것 같다. 유메미즈씨의 목표는 ‘범인 체포’가 아닌 ‘사건 해결’이었다. 네 아이들도 오무라씨와 공범이었기 때문에 메스컴에 알려봤자 좋을 게 없었고 네 아이들이 잠시라도 느꼈다면 그것으로 됐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메스컴에 알리지 않은 것이다. 유메미즈씨의 목표대로 사건은 해결되었으니까 유메미즈씨는 자신의 목표를 정확히 파악하고 목표를 향해 달린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목표를 비슷한 다른 목표로 착각할 때가 있다. 그럴 때 곁에 멘토가 있어 나를 꺼내준다면 고맙겠지만 그런 멘토가 곁에있기는 어렵다. 그럴 때는 아무래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하나보다. 누구보다 좋은 멘토는 바로 자기 자신이니까. 하지만 자신의 목표를 찾치 못하고 방황할 때에는 어떻게 해야할까? 되돌리기에는 너무 많이 와버렸다면?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속에도 작가 나름의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있을것이다. 그런데 추리소설은 읽다보면 사건 전개에 정신이 쏠려 내포되어있는 뜻을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오래 생각하다보면 언젠가는 나도 이 책의 깊은 뜻을 알게 될 수 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