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제대로 됩니다.

연령 6~13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9년 10월 1일 | 정가 8,000원
수상/추천 데이비드 맥코드 문학상 외 9건

4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남부 하수처리장에 다녀 온 적이 있다. 4학년 사회 교과서는 지역교과서라서 현장학습 프로그램도 이와 관련 있게 짜는데, 그 해에는 운 좋게도 시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우리 학교가 참여했던 것이다. 시에서 버스도 대 주어서 아이들은 도시락만 들고 정말로 가벼운 마음으로 견학을 갔다. 비록 한 반 한 대 가던 버스가 아니라서 ‘찡겨서’ 가긴 했지만 말이다. 요즘은 그런 프로그램을 잡으려 해도 빨리 마감되는 바람에 쉽지가 않다. 그 때 둘러 본 장소 중 하나가 남부 하수종말 처리장이었다.

그곳에서 영상물 감상도 하고, 직접 일하시는 분 설명도 듣고, 그리고 현장을 견학하면서 “에고 냄새야!” 하면서 코도 틀어 막았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도시 고속도로를 타기 시작하면 은색의 커다란 럭비공(?) 모양의 건축물이 나오는데, 그게 아이의 눈을 끄는가 보다. 항상 저게 뭐냐고 묻는다. “응, 하수 종말 처리장이야. 그게 뭐냐면…”하고 자세하게 이야기 해 준다. 여러 차례 이야기 해 주니 어린 나이지만, 아이도 이해를 하는 것 같다.

프리즐 선생님의 교육 방식은 특별하다. 아이들을 도서관에 가게 하고, 그리고 공부하려고 하는 내용 속으로 직접 들어가게 해 주시니 말이다. 이번에 아이들은 스쿨버스와 함께 증발하여 구름 속으로 들어가고, 그리고 물방울 속으로 들어가 물의 순환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그 과정 중에 정수장으로 가서 물이 정화되는 길을 따라가는 것이다.

저수지—>혼합조에서 명반석을 만나—>침전조에서 침전이 되고—>모래와 자갈로 이루어진 여과조를 통과하여—>염소를 만나 물에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세균을 없애는 저장탱크 속으로 가서—>상수도 본관을 통해 각 가정으로 보내진다는 사실

아이들은 물방울 속에서 이 과정을 거쳐 수도관을 따라 학교 화장실 물 속에서 퐁 하고 튀어 나온다. (에고 깜짝이야!)

앞에서 공부한 내용을 정말이지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도록 글과 그림으로 한 번 더 짚어주는 친절함까지! 모든 배려가 고마운 책이었다.

단 하나, 지은이가 덧붙이는 말(진지하게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만 보세요)를 읽고 이 책이 주었던 재미가 갑자기 사그러드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가진 책은 조카가 아주 어릴 때 선물로 주었던 책이라 오래 전에 출판 되었는데, 요즘 새로 나온 책에는 이런 말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없었으면 좋겠다. 정말이지 이건 시간이 남아서 뱀다리 그렸다는 ‘사족’과 다를 것이 없다. 이 내용은 사실이 아니랍니다는 친절한 설명이 없어도 아이들은 충분히 사실과 상상을 구별할 수 있지 않을까?

유익한 스쿨버스 시리즈! 다른 책을 다시 만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