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에게 들려주고 싶은 ‘라온제나’ 이야기

시리즈 일공일삼 시리즈 20 | 공지희 | 그림 오상
연령 11~13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3년 3월 1일 | 정가 12,000원
수상/추천 황금도깨비상 외 10건
구매하기
영모가 사라졌다 (보기) 판매가 10,800 (정가 12,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10%↓ + 3%P + 2%P)
구매

라온제나, 슬프고 절망적인 이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주는 곳

세상을 다 산 것 같았던 절망적인 열 살, 그 나이에 나는 한 숨 자고 일어나면 나이 마흔이 되는 것을 소원했었다.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지긋지긋하게 싫었던 그 시절엔 어른이 되면 힘든 시기가 모두 지나가고 평온할 것 같았는데, 나의 간절한 소망이 영모보다 못했을까? 아니면, 영모만큼 절박한 상황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라온제나를 볼 수 없었을까?

공부 빼고는 뭐든지 잘하는 12살 병구는 마음과 머리를 편하게 해 주고자 수학을 무시한 결과 ‘0’점이라는 기록적인 점수를 받고 엄마 손에 이끌려 학원의 ‘수학괴물’에게 맡겨진다. 이곳에서 늘 조용하기만 한 같은 반 친구 ‘영모’를 만나 진한 우정을 쌓아가던 중, 영모가 아빠의 과한 기대에 부합하지 못해 심심찮게 폭행당하는 것을 알게 된다. 어려서 부모님이 이혼해 아빠 없이 자라는 병구에겐 그런 아버지마저도 부러움의 대상이었지만, 살집이 없는 영모의 온 몸에 매가 지나간 자리와 멍 자국을 볼 때면 분노가 치민다. 어느 날 밤, 조각이 취미인 영모가 아버지에게 들켜 온몸에 상처를 입고 병구를 찾아와 울고 간 이후 영모는 감쪽같이 사라진다.

단짝친구인 영모가 사라진 연유를 짐작한 병구는 평소에 영모가 애정을 가지고 보살피던 떠돌이 고양이로부터 얻은 단서로 ‘라온제나’에 들어서게 된다. 자신이 원하는 나이로 살 수 있는 신비한 나라 라온제나에서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다니던 할아버지와 어린 아이를 신의 제물로 바치는 풍습이 있던 곳에서 탈출한 소녀 로아를 만난다. 그리고 라온제나를 다시 찾을 때마다 할아버지는 아저씨로, 어린 소년 영모로 변하고 로아는 아가씨에서 할머니로 변한다. 나이를 조절하면서 상처 받은 나이대를 치유해가는 라온제나. 얼마 후, 아들에게 못할 짓을 했다며 집 나간 아들을 찾는 아저씨(영모의 아버지)를 만나며, 씻지 못할 것 같은 미움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된다.

절대로 부모님같이 살지는 않을 거라 굳게 맹세하면서도 문득 돌아보면 내가 부모님의 전철을 밟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쉽게 경험하고 있다. 영모의 아버지도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 때문에 아들에게 잘 하고픈 마음이 너무 커서 오히려 아들을 숨 막히게 하고 자신과 아내 모두에게 원치 않는 상처를 주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자신의 자녀들을 독립된 인격체로 보지 않고 가정안의 독재자로 군림하는 부모들이 참 많다. 자신의 아이들이 자신과 같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을 좋아하는 부모는 없는데, 불을 보듯 뻔한 실수를 계속한다. 부모의 욕심과 기대에 앞서 무엇보다 아이들의 마음을 살피는 일이 가장 최우선임을 깨닫게 하는 책, 「영모가 사라졌다」는 딸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겨준다.

‘내 인생은 두 가지 일로 가득 차 있다. 한 가지는 하고 싶은데 할 수 없는 일들이고, 나머지 한 가지는 하고 싶지 않은데 해야만 하는 일들이다.’(12쪽) 라고 병구는 말한다. 나는 병구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내가 어른이 되고 보니, 할 수 있는데도 안하는 일과 할 수 없는데도 하고 싶은 일이 많다.’고. 어린이일 때나 어른이 되어서나 늘 사람들은 안 돼는 것을 그리워하는 습관이 있는 것 같다고.

땅과 하늘, 숲이 있고 멀리 있는 나라도 아니지만 ‘라온제나’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다. 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다는 그 곳을 일부러 찾지 않아도 우리 사는 세상이 ‘라온제나’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책 속에서…

“알려고만 한다면 알 수 있고, 보려고 하면 볼 수 있어. 그리고 오고 싶으면 얼마든지 올 수 있는 곳이 여기란다. 하지만 욕심과 이기심, 경쟁심…… 이런 것들이 마음에 가득 차 있으면 다른 것에는 관심 없지. 알려고도 하지 않고 보려고도 하지 않아. 그 사람들에게 라온제나는 잃어버린 나라야.” / 87∼88족

“자신을 사랑해야 해. 나는 나 자신을 싫어했어. 난 내가 언제나 불쌍한 아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건 나에게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더구나. 내가 불쌍한 건 누구에게 나를 의지하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야. 내 자신을 스스로 돌볼 때 나는 당당하게 내 자신을 사랑할 수 있었어. 영모야, 너도 이제 자신을 스스로 돌볼 때가 되지 않았니?” / 19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