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큐가 높아보이는 잔머리의 대가 장 샤를!

연령 10~11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7년 3월 30일 | 정가 6,500원
수상/추천 소르시에르 상 외 2건

어김없이 아이와 나는 도서관 서가를 누빈다.
아이는 주로 만화를 찾고, 난 재미있는 이야기책 위주로 찾는다.
아이는 마법천자문 고사성어를 골라 오고, 난 이 책을 골랐다.

제목을 본 아이는 손가락 사인을 보낸다. OK!!!

그리고 디지털열람실 서가에 자리하고 있는 쿠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읽는다.
언제나처럼 난 내 책을, 아이는 아이책을.

잠시 후, 웃음을 참아보지만 그래도 세어나오는 웃음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키득키득거린다.
금새 책을 다 읽었다고 하며, 너무 재미있다며 빨리 읽어 보라고 애원한다.

집으로 돌아와 내 책을 읽는데 열중하다가 그만 이 책을 뒤로 미뤘다.
아이는 다시 잡고 읽는다.
오늘은 집이라 맘 편하게 실컷 웃겠다고 미리 양해를 구한다.

그러면서, 엄마 여기 나오는 주인공은 아이큐가 정말 높은 것 같아요.  
잔머리가 정말 대단해요.
너무 재미있어요…읽어도 읽어도 또 읽고 싶은 그런 책이에요.
그러니 엄마도 빨리 읽어봐 주세요.  네~~부탁이에요.

그러겠다고 한 후, 아이가 다시 이 책을 읽고, 난 내 책을 읽었다.
아이가 다 읽은 후에 이어서 읽기 시작했다.

사실, 내가 이 책을 고른 이유가 있다.
아이가 영어에 대한 안좋은 기억으로 인해 많이 위축되어 있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보려는 의도가 있었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책을 권하지는 않지만,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내 머리속으로 이 생각이 번뜩 지나갔던 것이 사실이다.
아이도 그런 엄마의 의도가 보였는지, OK 사인을 하면서도 엄마가 왜 이 책을 골랐는지 알겠다는 좀 불편한 마음을 보였었다.

그런데, 이렇게 뜻밖의 결과가 올 줄이야.
이런 상황을 의도하기 보다 마음을 좀 더 편안하게 해 주려고 했는데, 아이는 외국어에 대한 두려움을 뛰어넘는 것이 아닌 그냥 책의 재미에 푹~빠져버리고 말았다.

책을 읽으며 나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이가 잔머리가가 대단하다, 아이큐가 100이상 아니 그보다 아주 더 많이 높은 것 같다고 말 했을 때도 이와 비슷한 문구가 책에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가 한 말들과 비슷한 단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순전히 아이가 이 책을 읽은 느낌, 생각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나 또한 흐뭇했다.
아이다움이 가득한 이야기가 참으로 마음에 와 닿았다.
책의 마무리 또한 마음에 들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에서 처럼, 주인공은 나중에 커서 유명한 학자가 되었다고 마무리를 짓고 있었다.
단순한 학자가 아닌 여러 언어를 섭렵한 훌륭한 학자가 되었다.
그것을 모두 부모님 덕분이라고 이야기한 주인공은 마지막 약속을 한다.
은퇴를 하게 되면, 그 때는 진짜 네덜란드 어를 배우겠다고…..

아이들에게 웃음과 희망, 꿈을 심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아주 멋진 이야기였다.

비록 처음 의도한 바대로 아이가 외국어(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삭히지는 못했지만, 그 보다 값진 것을 얻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