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바른 태도

연령 10~11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3년 10월 2일 | 정가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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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이와 함께 읽은 도서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바로 제목에 있었다.
거짓말을 먹고 사는 아이라는 이 제목이 한 눈에 들어왔다.
난 거짓말을 아주 잘 하는 아이의 재치있는 모습을 담은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짐작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책을 펴 든 순간, 내 생각이 빗나갔음을 알았다.
물론 아주 완전히 그런 건 아니지만,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파악한다면 난 완전히 틀렸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는 순간부터 아이들이 거짓말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이가 처음 거짓말을 시작할 때 부모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자라나는 모습에 큰 차이가 있음도 알 수 있다.
나 또한 그런 과정을 거쳤다.
이 책의 주인공 토마와 차이가 있다면 나의 경우는 아이에게 거짓말이 무엇인지를 아이에게 이해시켰다는 점이다.
그리고 아이에게 거짓말을 하면 왜 안 좋은지를 알려주는 비디오물을 구입해 보여주었다.
그 때가 우리 아이 나이 5살 때였다.
뻥개비라는 괴물이 등장하는 그 비디오물은 아이가 거짓말을 하면 뻥개비 괴물이 점점 커져서 결국엔 거짓말을 한 아이를 잡아먹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아이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사실만을 이야기하면 뻥개비는 더이상 커지지 않고 오히려 반대로 작아져 아이를 괴롭히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며, 아이들에게 거짓말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아이가 이 비디오물을 본 후 이 비디오를 아주 무서워하게 되었지만, 거짓말은 하지 않게 되었다.
아이의 손을 잡고 이 비디오물을 보며 아이와 함께 이야기하고, 아이의 생각도 들어주고 그랬다.
지금 아이의 비디오장에 이 비디오물이 있지만, 아이는 9살이 된 지금도 이 것만은 보려고 하지 않는다.

어쩜 난 너무 극약처방을 선택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순진한 우리 아이는 지금도 뻥개비가 있다고 믿고 있고, 친구들에게 거짓말을 하면 뻥개비가 커져서 잡아간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그런 것은 없다며, 우리 아이를 이상한 아이로 본다.

하여간 거짓말에 얽힌 우리 아이의 에피소드는 이러했고, 그 이후 아이가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다그치거나 야단을 치거나 한 적이 없었다.
그저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런데 사실 우리 아이는 여자아이 특유의 수다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엄마를 붙들고 학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줄줄이 풀어놓지는 않는다.
지나가는 이야기로 잠깐잠깐 이야기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래서 답답할 때가 더 많지만, 아이가 이야기하고 싶을 때 하도록 그냥 기다려 준다.
그리고 잘 들어주고 대꾸도 열심히 해 준다.
그것이 내가 하는 전부지만, 아이는 엄마가 자신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준다는 것 만으로 만족해 한다.
억울한 일이 있을 때는 금방 이야기 하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아이 편에 서서 이야기를 들어준다.
그런 후 아이에게도 잘못이 있으면 아이를 진정시킨 후에 차분히 이야기해 준다.
그러면 아이는 이야기를 듣고 속상했던 마음이 다 사라졌다고 하며 방긋 웃어 보이며,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기찬 모습으로 돌아온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내가 항상 느끼는 것은 바로 아이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거다.

이 책에 나오는 토마의 엄마는 매일 같이 아이에게 묻는다.
“오늘은 학교에서 어땠어?”
사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엄마의 태도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아이에게 묻기 보다는, 
“오늘도 재미있었니?”
정도가 아이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질문이라 생각한다.

또한, 엄마가 토마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태도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동생에게 젖병을 물리며 토마의 이야기가 귀찮다는 식의 무미건조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보니 토마는 엄마의 관심을 받고 싶어 과장된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이다.
그래야만 엄마가 반응을 보이니까.

반대로 아빠에게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거짓말을 한다고 야단 맞을지 몰라서이다.
대신 아빠에게는 사실만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처음부터 거짓말을 하는 토마가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토마의 부모에게 근본적 문제가 있음을 느끼도록 하고 있다.
바로, 토마의 시각에서…
즉 아이들의 시선에서 부모가 잘못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언성을 높여 서로의 생각만을 고집하는 부모.
그런 부모를 바라보는 어린 토마로서는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수단으로 거짓말을 선택한 것이다.

결국 거짓말로 인해 병원에서 생살을 째고 수술까지 하면서도 토마는 자신을 봐달라고 아주 강하게 부모에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토마의 부모는 그런 토마를 보지 못했다.
토마는 그저 자신을 봐 달라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말하고 있었을 뿐인데도, 모든 잘못의 근원이 토마에게 있는 양 모든 잘못을 토마에게 전가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아빠의 모습은 이 가족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가족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 오히려 부모에게 문제가 있음을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수술이라는 사건까지 겪고 나서도 토마의 부모는 반성하지 않았다.
엄마는 모든 잘못을 토마에게 돌렸고, 아빠는 토마를 다른 방식으로 두둔했다.
서로 대화가 되지 않는 부모.
결국 토마의 가족은 정신과 진료를 받는다.
그곳에서도 토마의 부모는 마찬가지였다.

이 가족의 문제에 대한 처방(책에는 협정이라 표현되어 있다)은 아주 간단했다.
부모의 성향에 맞게 토마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그것이 전부였다.
꾸며낸 이야기를 하기 좋아하는 토마는 엄마 대신 아빠에게 이야기를 하기로 한다.
아빠가 퇴근을 하려면 오랜시간 기다려야 하니, 이야기를 잊어버리지 않도록 글로 써 놓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토마 가족의 문제는 바닥에 침뱉기라는 의식을 끝으로 마무리가 된다.

결국, 잘못된 행동을 하는 아이 뒤에는 부모의 잘못된 가르침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이야기였다.

직접적으로 누가 잘못됐다고 하기 보다 서로 간의 문제를 보다 합리적으로 해결함으로써, 누구의 잘못도 아닌 가족이 유기적으로 뭉쳐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토마를 통해 부모의 양육 태도가 얼마만큼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