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니에겐 날개가 있다

연령 10~13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8년 10월 2일 | 정가 8,000원
수상/추천 마크 트웨인상 외 2건

 비룡소는 한 번도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번 책도 기대 이상이다.

 난 책의 표지만을 보았을 때 처음엔 이 책이 재밌는 내용일 줄 알았다. 미래의 꿈이나 아이들의 놀이 등 즐거운 이야기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제목에서 말하듯이 ‘날개’라는 단어가 들어가서이다. 하지만 첫 페이지에서,

 ‘나도 그때 죽었어. 우리가 같이 트럭에 치였을 때 말고 병원으로 옮겨지고 나서 말이야.’   이 부분을 읽었을 때 가슴이 턱하고 내려앉았다. 이 책이 처음 생각처럼 결코 재밌거나 즐거운 이야기가 아닌 슬픈 내용일 거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난 이렇게 슬픈 이야기는 처음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책에 푹 빠져서 우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 수 있게 된 책이기도 했다. 너무나 그 내용이 슬프고, 가슴 찡해서 날 처음 울게 한 책 1호가 바로 ‘웨니에겐 날개가 있다’이다.


 웨니는 윌의 여동생이다.

 그날도 평소처럼 웨니와 윌은 상점에 걸어가던 중 트럭에 치여 웨니는 그만 죽고 윌은 부상만 입고 살아난다. 아빠는 그때 웨니와 윌을 상점에 가지 못하게 했어야 했는데, 차로 태워 줬어야 했는데, 하면서 웨니를 잃은 슬픔에 많이 힘들어 한다. 엄마는 아기를 임신하고 있지만 아기의 탄생을 기다리며 이겨내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엄마 아빠와 달리 윌은 웨니에게 매일 같이 편지를 쓰면서 대화를 나눈다. 그러면서 슬픔을 잊고 하늘에서 잘 지내고 있을 거라 믿는다.


 웨니는 일곱 살, 윌은 열한 살이다. 슬픔을 알기엔 둘 다 너무나 어린 우리의 친구이자 동생이다. 몸이 많이 회복이 되어 윌은 퇴원해서 집으로 오지만 재롱둥이 웨니가 없는 집은 너무 조용하기만 하다. 비틀스 음악을 즐겨 듣던 아빠는 음악을 자주 틀지도 않고 아래층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엄마는 창백한 얼굴과 헝클어진 머리, 빨갛게 부은 눈으로 지낸다. 그런 엄마 아빠를 위해 윌은 통밀과자를 만들어 주지만 아빠는 배가 안 고프다 하고 엄마는 하나만 맛보고 만다. 예전 같았으면 뽀뽀를 하고 착한 아이라고 칭찬을 해줬을 텐데 말이다.


 윌의 친구 갤러거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르페우스가 아내를 구하기 위해 터널을 따라 지하 세계로 내려간 여행에 대해 읽고서 ‘오르페우스’이야기가 나온 만화책을 윌에게 보이며 사후 세계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그러면서 잭슨 공원에 있는 터널이 사후 세계로 연결된 특별한 장소일지도 모른다 생각하고 그곳에서 웨니의 영혼을 만날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사후 세계로 가기 위해선 괴물 개를 먼저 물리쳐야 한다. 윌과 갤러거는 개 불윙클을 데리고 함께 터널에 들어갈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긴다. 그리고 괴물 개에게 먹일 개밥에 ‘달콤한 잠’ 차도 섞어 준비하고 녹음기, 개목걸이, 지도, 손전등도 준비한다.


 터널 안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세차게 흐르는 시냇물, 커다란 시궁쥐가 가방에서 튀어나오고, 괴물 개의 으르렁대는 소리도 들렸다. 불윙클은 어둠 속에서 괴물 개와 싸웠고 윌은 시냇물에 빠져 죽다 살아난다.


 윌이 웨니의 영혼을 만났으면 좋겠다 라고 내심 기대하며 둘의 계획이 반드시 성공하기를  나도 바짝 긴장하면서 둘의 여행길에 동참을 했으나 아쉽게도 웨니의 영혼은 만날 수 없었다. 잭슨 공원에 있는 터널은 사후 세계로 연결된 특별한 장소도 아니었고, 터널을 지키던 개도 그냥 위험한 개일 뿐이었다.


 …….


 ‘넌 올해 선물을 못 받을 줄 알았을 거야. 하지만 네 생일처럼 중요한 걸 잊어버릴 내가 아니지!’

 윌과 갤러거는 웨니에게 줄 생일선물을 헬륨 풍선에 매달아 하늘로 올려 보낸다. 빨간 새 껌볼 반지와 장난감 뱀, 사진과 그림, 자석도 함께. 그렇게 숲에서 생일파티를 하다 해가 지고 둘은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만다. 아빠와 경찰, 많은 사람들이 밤새 이 둘을 찾아 숲을 헤매지만 결국 아빠가 먼저 찾게 된다.


 경찰이 숲에서 뭘 했냐고 묻자 웨니의 생일파티를 했다고 말한다.

 이제 엄마 아빠는 달라졌다. ‘돌아와 줘서 고맙구나.’

 웨니가 가족 곁에 함께 있을 순 없지만 좋았던 기억들을 잊지 않고 사후 생활을 잘 하고 있을 거라 믿는다. 윌은 영원히 웨니와 함께 하면서 엄마 아빠보다도 오히려 더 의젓하게 슬픔을 잘 이겨낸다. 힘들게도 했지만 집안의 귀염둥이이었던 동생을 있는 그대로 기억하려고 애쓰면서 곁에 있는 듯 엄마 아빠랑 동생 이야기도 나누고 동생이 함께 했던 시간들을 소중한 추억으로 지켜가고자 한다.


 윌은 내성적이고 따뜻한 아이이다. 그런 윌의 마음이 더 애처롭고 아프기도 했다. 하지만 웨니가 하늘로 가는 길에 따라가 주었다는 윌의 말에서 어두운 곳으로 가지 않고 빛이 있는 밝은 길로 갔다는 것에 그나마 위로가 된다. 웨니도 이런 오빠의 바람대로 사후 세계에서 분명 잘 지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