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모카신을 신어 본다는 것은…

시리즈 블루픽션 33 | 샤론 크리치 | 옮김 김영진
연령 1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9년 5월 15일 | 정가 17,000원
수상/추천 뉴베리상 외 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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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일곱 개를 쾅쾅 박아주고 싶은 소설이다.

다른 사람의 삶을 엿본다는 건, 어쩌면 내가 갖지 못한 추억을 함께 공유하며 그들의 인생에 풍덩 빠져보고 싶다는 것이다. 살라망카( ‘샐’이라는 또 다른 이름이 있다)의 여행을 따라 마치 기분좋은 영화 한 편을 보고 난 느낌이 든다고 할까. 슬픔을 품은 사람들은 그 슬픔의 씨앗이 혹 자기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헛된 망상을 갖기 마련이다. 나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진 거야,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불행은 시작된다.

살라망카 역시 엄마를 끊임없이 그리워하고 찾아다닌다. 책의 마지막까지 그녀의 엄마가 어떤 상태로 존재하는지 거의 알 수 없다. 가족을 떠나 먼 곳에서 홀로 지내는지, 아니면 아빠를 떠나 새로운 사랑을 찾은 건지, 또는 어떤 큰 일을 겪으며 도저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건지, 그리고 최후의, 최악의 상태…엄마가 세상을 떠난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어서 자꾸 책장을 넘기게 된다.

책 속에는 두 가지의 이야기가 교차한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엄마를 찾아 여행을 떠난 이야기와 엄마를 잃은 후, 정든 곳을 떠나 새로운 터전에서 만난 소중한 친구와 이웃들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온다. 두 이야기의 시간차는 그리 크지 않다. 과거가 현재와 맞물려 있는 듯하다.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친구 피비의 이야기를 해드리며 소설은 시작된다. 엄마가 가족을 떠나 여행을 했던 곳, 오하이오에서 아이다호까지 3000km에 달하는 긴 여정이 마치 영화 한 편이 흘러가듯 굽이굽이 펼쳐진다.

살라망카는 엄마의 존재 말고는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빠와 가까워진 마거릿 아줌마도 누구도. 단지 엄마의 온기가 그대로 남아있는 바이뱅크스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   쓸쓸한 그녀에게 사람들이 다가온다. 그들은 엉키고 섞여서 하나의 가족을 이룬다. 티격태격 다투기도 하고 서로에게 호기심을 보이기도 하며, 의심을 주고 받고, 신비스러운 느낌을 흔적으로 남기며 점점 가까워진다. 엄청난 비밀을 숨긴 채, 어마어마한 상처를 품은 채, 그들은 서로에게 손을 내민다. 살라망카는 그들의 중심에 서서 엄마를 그리워한다.엄마가 돌아올 거라 믿고 기다린다. 부질없는 짓이었지만.

피비와 그의 가족, 친구들과 가족들의 이야기는 두근두근…삶에 대한 생각의 깊이를 더해준다. 피비엄마의 가출과 숨겨진 비밀, 마거릿 아줌마와 가족의 연을 맺고 있었던 사람들..책의 끝부분에서 모든 실타래가 풀리는데 허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웃음이 나온다. 뜻하지 않은 곳으로 튀는 주사위처럼 우리가 짐작하는 대로 인생은 만만치않다.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서 과연 누구의 짐작이 진실일까, 나의 예상이 맞는 걸까,살라망카에게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설레임, 그리고 어떤 삶이 더 행복한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 본다. 스스로 잘못을 탓하며 세상과 벽을 세워 소통하기를 거부하는 이들에게 그런 엉뚱한 죄책감이 얼마나 쓸데없는 것인지 말해준다. 살라망카가 자신을 용서하고 엄마의 부재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진다. 진지한 문장 사이에 툭툭 내던지듯 섞여있는 농담같은 말들이 흐뭇한 미소를 불러온다.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어떤 것들이 영원히 나와 함께 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아름답고 서정적이고 편안한 문체로 그런  슬픔을 담아낸다.  시골의 정겨움,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아름다운 문체에 실어 영혼을 울린다. 누군가의 모카신을 신어보는 것. 그건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충분히 그 사람을 알게 되는 것이다. 살면서 누군가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 수 있는 건지.

 

그의 모카신을 신고 두 개의 달위를 걸어 볼 때까지

그 사람을 판단하지 마세요.

 

누구나 자신만의 일정표가 있다.

 

인생에서 뭐가 그리 중요한가?

 

슬픔의 새가 당신의 머리 위를 나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당신 머릿속에 둥지를 트는 것은 막을 수 있습니다.

 

우물이 말라 봐야 비로소 물의 소중함을 안다.

이렇게 멋진 다섯 개의 메시지를 전해준 사람이 누구일까. 그 사람을 쫓다보면 어느새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에 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