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소녀들

연령 10~11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5년 1월 13일 | 정가 7,000원

  2학년 겨울 찬바람이 세게 부는 날 나는 손을 주머니에 꼭 넣고 밤에 혼자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친구네 집에 갔다 오는 길이었는데 몹시 추웠다. 그런데 길가에 있던 작은 문방구에서 바비 인형이 검은 옷에 하얀 땡땡이 무늬로 된 것을 입고 있는 것을 보았다. 너무 예뻐서 당장 내 손에 놓고 머리를 비껴주고 싶었다.

 그 후로 친구네 갔다 오면서 늘 보는 그 바비 인형은 너무 예뻤고 늘 나를 보고 미소 짓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바비 인형은 너무나 비쌌다. 하지만 어느 순간 늘 간경을 두고 웃어주는 바비인형이 정말로 예쁘게 느껴졌다. 그 바비 인형을 마음으로 소중하게 여기게 된 것이다. 그래서 바비 인형을 내 것으로 만들 수는 없어도 마음속에서는 아직까지도 나의 바비 인형으로 남아있다. 행복은 자기 스스로 찾는 것인데 요즘 아이들은 너무나 쉽게 행복을 돈으로 산다. 그래서 참을성도 없고 고민도 없고 성장도 없고 이기적으로 커간다.  그 뒤에는 부모님의 일그러진 면이 그대로 반영이 된 것이다.

<바비클럽>은 생각보다 참 재미있었다. 얼마나 장황할까.. 걱정하는 마음으로 읽었는데 아주 명쾌하고 재미가 있었다.  처음부터 이야기는 숨이 막힌다. 가만히 있어도 예쁠 소녀들이 이렇게 밉게 보이기는 처음이다. 떼로 모여다니며 자신들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며 바비인형을 가지고 다니는 바비클럽의 소녀들은 전혀 특별하지 않다. 자신들은 그 정도 수준밖에 안되는 것이다. 바비 인형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아이들..

 이런 아이들을  미워하는 아이가 있는지.. 바비 인형을 훔쳐다가 빨간 물감을 묻혀놓고 인형을 못으로 박고 가위로 잘라놓는 등 잔인하기 짝이 없는 행동을 한다. 그 범인은 누구일까? 클럽의 아이들을 극도로 흥분을 한다. 게다가  부모님까지 난리를 치는 꼴이라.. 정말 꼴불견이고 못났다. 그리고 마음이 아펐다.

  평범한 아이이며 평범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디에고는 이런 광경을 흥미롭게 바라본다.. 이 사건은 바바클럽의 아이들이나 부모만이 난리가 난 것이지 다른 아이들에게는 꽤 시원했을 것 같다.

 바비클럽에서 아랍아이가 있다. 바비인형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하지만 약간은 통통하고 얼굴색이 갈색인 소녀는 그 클럽 안에서도 소녀들의 노골적인 무시를 받는다. 같이 놀다가 바비인형 잠옷을  자밀라에게 억지로 입게 만드는 소녀들 그리고 억지로 입은 자밀라는 옷이 찢어진다. 그 후 옷이 찢어졌다고 원망하면서 전화하는 클럽의 엄마.  그리고 그걸 호내는 아랍 소녀의 엄마.  자밀라는 드디어 참았던 화가 폭발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로 씁쓸했던 건 소녀들의 행동보다도 어른들인 부모와 할머니 그리고 교장 선생님이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이렇게 저질로 산다는 걸 깨닫지 못하는 그 어리석음. 남들을 무시하면 자기 자신도 무시당하는 거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안타깝다. 나는 그런 실수를 하고 있지 않나 반성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