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정지용
한 백년 진흙 속에
숨었다 나온 듯이,
게처럼 옆으로
기어가 보노니
머언 푸른 하늘 아래로
가없는 모래밭.
오늘 읽은 정지용 동시집은 다른 동시집처럼 따뜻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찬비가 내리듯 서늘한 맛까지 있다.
그냥 쓴 시처럼 동시도 비슷한 느낌이다. 그러나.. 왜 읽고 있는데 코끝이 시큰해지나… 이유를 모르겠다.
아무런 슬프단 이야기도 없고 그렇다고 즐겁단 이야기도 없다. 마치 나와는 건널 수 없는 강 너머에 있는 것을 바라보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그 강을 기어코 건너려는 마음도 없어 보이고 그렇다고 그런 상황을 원망하는 마음도 없다.
담담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 같지만 왜 슬픈 느낌이 내 마음까지 와닿는건지…
위의 시를 읽으면서는 정지용의 호수가 다른 호수보다도 훨씬 넓었듯이 바다 또한 가없다는 게.. 시인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을 직시하지만 그 현실은 따뜻하지만은 않은.. 그런 차가운 현실이지만 그것을 받아들이지는 못하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