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라와 하양투성이 공주

연령 7~1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9년 5월 22일 | 정가 8,500원

제가 자주하는 잔소리 중에 하나는 ’정리해~’ 랍니다. 작은 아이가 어질러 놓은 장난감은 이방 저방 늘어져있고, 큰 아이 방 책상에는 책들이 뒤죽박죽입니다.
저녁만 되면 아이들 뒤를 좇아다니면서, 엄마인 저는 저대로 이곳저곳의 장난감을 치워가면서 잔소리를 해댑니다.
큰 아이는 엄마의 잔소리에 정리를 시작하지만, 작은 아이는 잔소리를 시작하면 우는 소리부터 합니다. 많은 걸 언제 정리해야 할지 걱정이 먼저 앞서나봅니다.

작은 아이가 조금 더 자라면 <별라와 하양투성이 공주>를 먼저 보여줘야할 거 같습니다. 별라처럼 스스로 정리할 수 있도록 재미있는 경험을 들려주고 싶거든요.

“별라야! 이제 방 좀 치우고 저녁밥 먹자.”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저녁 먹기 전에 깨끗이 씻고, 방 청소 하기로 했지?” 엄마의 목소리가 좀더 커져옵니다.
입이 삐죽이 나온 별라는 방 치우는 걸 참 싫어해요. 제 작은 아이처럼 말이죠.

청소하기 싫던 별라는 공룡 초록이와 날씬한 아가씨 인;형 꽃님이, 털북숭이 강아지 복실이랑 기차 여행을 떠나려고 합니다.
“방 청소 다 했니?” 별라 방으로 들어온 엄마의 눈꼬리가 점점 올라갑니다.
별라의 방은 돼지 형님 사는 방입니다.

“휴….청소해라, 정리해라, 씻어라………..귀에 딱지 앉겠다.”
별라 엄마 역시 저와 똑같은 잔소리를 하시네요. 별라는 엄마가 화난 듯 싶어 투덜거리며 방을 치웁니다.
그러다 다시 친구들과 기차 여행을 떠났어요.
기차가 간 곳은 조그많고 예쁜 창문이 나있고 하얀 커튼이 쳐있는 어마어마하게 큰 하얀 집이였어요.

 

주인 허락 없이는 들어오지 말라는 글을 보고도 별라와 친구들이 하얀 집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곳에는 키가 크고 삐쩍 마른 하양투성이 공주가 살고 있었어요.
별라와 친구들은 집안으로 들어온 벌칙을 받게 되었어요. 99개의 방을 치워야 하는 무시무시한 벌칙이랍니다.
안그래도 청소하는 걸 싫어하는 별라에게는 정말 끔찍한 벌칙입니다.
온통 쓰레기 투성인 방,더러운 그릇이 산더미처럼 쌓인 방은 그렇다치고,  한 달전에 세수를 한 하양투성이 공주는 까만 얼굴을 감추려고 하얀 분가루만 바릅니다.

청소를 하다가 별라와 친구들은 도망을 칩니다.
하양투성이 공주를 피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별라는 엄마를 보자마자 품에 달려듭니다.
방청소를 다 못한 별라에게 엄마는 저녁먹고 거들어 주겠다고 말했지만, 별라는 달라졌어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내 방은 내가 치울래요.”

 

하양투성이 공주를 만나고 별라는 정리정돈을 해야하는 이유를 알게 된 거 같아요. 발가락 사이를 손으로 쑤셔 대곤 하던 별라는 더러운 하양투성이 공주를 보고 깨끗한 것이 왜 좋은지 알게 되었겠죠?
스스로 방을 치우겠다는 별라는 보니, 무서웠지만 좋은 경험을 하고 돌아온 듯 싶네요.

청소 하기 싫어하고, 씻기 싫어하는 우리 친구들에게 하양투성이 공주를 만나게 해주어야 할 거 같아요. 더러우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려줄 수 있으니까요.
아이들에게 스스로 청소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이 책은 재미있고 즐거운 상상이 가득합니다.
엄마의 잔소리없이 내 방 청소를 할 수 있는 아이로 자라게 해 줄 수 있을 거 같아요.
저 역시도 제 아이들이 듣기 싫어하는 잔소리를 멈출 수 있게 될 듯 싶구요.

스스로 방 청소 하겠다는 별라의 결심이 너무너무 예쁜 동화책입니다. 우리 아이들도 별라와 같이 예쁜 결심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