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빌리 엘리어트’ <발레리노 리춘신>

연령 6~9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9년 7월 17일 | 정가 10,000원

원하던 걸 쉽게 얻거나, 꿈꾸어 왔던 일을 싱겁게 이루게 되면 그 감동의 깊이는 그리 깊지 못할 거예요. 어렵게 돌고 돌아서 힘들게 이룬 꿈이라면 다르지요. 한 가지 길을 선택해 평생 모든 걸 쏟아부어 목표했던 지점에 이른다면, 그건 분명 역사에 남을 일이고 개인으로서 만족된 삶을 살았다고 자신할 수 있는 일이지요.

 

1960년대 중국, 공산주의 사회였던 그곳에서 발레리나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어쩌면 기적과 같은 일이에요. 너무 가난해서 식구들이 굶어죽지 않기를 기도해야했던 시대에 춤을 추고 싶은 꿈을 접지 않았던 리춘신에게는 모험과도 같은 경험이었어요. 그에게는 한 가지 신념이 있었어요.우물 안 개구리에 대한 이야기였지요. 어려서 아버지가 해주셨던 이야기를 평생 마음에 품고, 어려울 때마다 꺼내 곱씹으며 스스로 마음을 다졌던 그의 파란만장 성장이야기가 감동적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영화 <빌리 엘리어트>가 생각났어요. 영국의 광산촌에서 발레를 하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꿋꿋하게 한 길을 걸어간다는 이야기가 <발레리노 리춘신>과 많이 닮아 있어요. 당시 사회적 배경이나 개인적인 환경이 도무지 꿈을 향해 성큼 걸어가는 걸 도와주지 못했지만, 세상에 불가능한 일은 없다는 걸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요. 자유가 제한되었던 시대에 미국 유학까지 할 수 있었던 건, 분명 행운이 따랐기 때문일 거예요. 행운 역시 아무에게나 찾아오지 않지요. 노력하고 꿈꾸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보너스 같은 걸지도 모르겠네요.

 

가난했지만, 사랑이 넘치는 행복한 가정에서 자랐기에 리춘신의 영혼은 상처받지 않았어요. 자식을 품에서 놓아줄 줄 아는 부모였기에 그의 꿈이 이루어졌을 거예요.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밀어줄 수 있는 물질적인 풍요도 필요하겠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겁니다. 자식을 믿어주고 놓아줄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림이 참 좋은  책이에요. 굵직한 선과 무게가 느껴지는 색채가 내용의 진지함을 더해주네요.무거운 듯한 이미지와 밝고 화려한 이미지가 조화를 이룹니다.  공연을 보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와  아들의 공연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부모님의 모습이 그려진 붉은 느낌의 페이지에서는 뭉클해집니다. 자식을 믿어주고 말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용기있는 부모의 얼굴이었어요.

 

성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많아요. 타고난 능력과 외모, 그리고 넉넉한 환경이 있다면 더 좋겠지만, 그것이 전부가 될 수는 없어요. 책을 읽으면서 “불가능은 없다” 라는 말이 떠올랐어요.내가 하고 싶은 일을 평생 하면서 살 수 있는 것만큼 행복한 건 없을 거예요.훌륭한 사람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하지요.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꼭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