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인 비행, 그렇지만

연령 9~13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9년 7월 20일 | 정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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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뒤편으로 간 사람 (보기) 판매가 11,700 (정가 13,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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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 먼 외지에서 살며시 떠오른 듯한, 참을 수 없는 묘한 아름다움. 어두운 밤길, 휘영청 떠올라 홀로 고고히 세상을 비추는 달은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다. 다가가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린 아이가 엄마 품을 갈구하는 것처럼 어쩔 수 없이 손을 뻗게 만드는, 그러한. 그렇게 달의 매력을 맛본 인류는 그를 찬미하는 수많은 설화, 가요를 만들며 마음을 달래다 용기를 내, 아예 그를 직접 만나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수십 년의 지독한 실패와 고통 끝에 1969년 7월 20일, 인류는 달에 두 발을 디뎠다.

누구도 가지 못한 미개척지를 최초로 점령하는,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쾌감. 에드윈 올드린과 닐 암스트롱이 역사를 정복하는 사이, 홀로 달 뒤편을 비행한 고독한 여행자 마이클 콜린스. 동료들이 두 발로 달을 디딜 무렵, 칠흑 같은 암흑을 여행하는 그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사랑하는 가족에 대한 열렬한 그리움, 납처럼 온 몸을 짓누르는 800여개의 버튼들, 두 동료의 환희에 대한 상상, 그리고 만약의 경우 있을지 모르는 고독의 귀환에 대한 두려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순간, 그 대신 조종석에 앉아 있는 나를 조심스레 상상해본다. 온 우주의 섭리를 벗어난 듯한 자유와 동시에, 서서히 정신을 갉아먹는 광기. 그가 아폴로 16호의 선장직을 거절한 것은, 그렇게 지독하게 비일상적인 비상은 인생에 단 한번으로도 족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들의 영광스럽고 빛나는 여행 일지를 보면 마음에 한 가득 부러움이 피어오르면서도, 한편으로 그 부러움은 가지 못한 이들의 지나친 미화란 생각이 든다. “우린 이 재미있는 광경을 다 놓쳤어”라는 올드린의 말처럼, 정작 달을 두 발로 밟은 당사자들은 사고로 인한 두려움, 관찰 등의 의무에 대한 무거움으로 경직되어, 달을 최초로 여행했다는 사실과 함께 달을 만끽하지도 못한 채 돌아왔을 것이다. 그 뒤 쏟아지는 대중의 부러움과 관심. 그제서야 그들은 깨달았을 것이다. 그 빛나는 순간을 우린 제대로 잡지 못했노라고. 그 순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돌이켜 보면 숨 막히게 아름다웠던 청춘 같은 것, 그것이 아폴로 11호의 여행이 아니었을까.

“달의 아름다움은 지구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지구라는 뜰 아래, 장미 정원을 가꾸며 살아가는 마이클 콜린스는 행복하다. 그 옆의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뜰, 달. 인류는 앞으로 또 오랜 시간 동안 호기심에 그 울타리를 넘으려 애쓰겠지만, 그것을 이미 넘어본 이들의 교훈은 이렇다. ‘남의 뜰이 제일 아름다워 보이는 법. 온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우리 뜰을 사랑하며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