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로 시간여행을 떠난다고?

연령 9~12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9년 7월 31일 | 정가 8,500원

요즘 동화 중에는 타임머신을 타고 시공간을 넘나드는 내용이 많다. 

나도 어릴 적에 그런 상상을 많이 해보았으니, 아니 지금도 가끔은 그런 상상을 해본다.  물론 책에서 처럼 저 먼 과거가 아닌, 내가 살아왔던 시점 어딘가로 혼자 훌쩍 떠나는 것이지만.   과거로 떠나는 인물들이 꽤 많이 있지만 그들에게는 각기 다른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과거로 갔을 때의 좋은 점은 바로 역사 속 인물들을 쉽게 만난다는 것이다. 사실 역사를 과거에 있었던 일로만 접한다면 유별나게 역사를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고서는 무척 지루하게 느낄 것 같다.  하지만 그 인물이 바로 내 앞에 서있고 나에게 말을 건넨다면.. 이건 상상만 해도 신나고 짜릿하다. 

 

준호와 민호라는 아이들이 그렇게 신나는 일을 경험한다고 한다.  이 아이들은 이름에서 이미 눈치챌 수 있지만 형제다.  이 아이들은 <마법의 두루마리>를 통해서 이미 석기 시대를 다녀왔단다.  거기서도 꽤 고생하고 당황스러운 일들을 겪었었나 본데- 호기심과 모험심은 아이들이 갖는 공통된 본성인것 같다.  2권에서도 마법의 두루마리가 있는 지하실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두루마리를 펼치는 순간, 휘리릭 어딘가로 떨어진다.  아이들이 도착한 곳은 고려시대 개경.  이 곳에서 아이들은 그야말로 고려시대를 온 몸으로 체험한다. 흰 옷을 입은 사람들과 거래가 활발한 시장, 개경의 독특한 거리 구조를 본다.  고려 시대의 개경 이곳 저곳을 한참 구경하다가 준호와 민호는 여기서 그만 소매치기를 당하고 만다.  그것도 집으로 돌아가는 열쇠인 ‘마법의 두루마리’를 말이다.  다급해진 아이들은 소매치기를 잡기 위해 이사람 저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고, 묻기도 한다.  다행히 쌀가게 아저씨의 도움으로 힌트를 얻어 ‘곰치’라는 인물을 쫓는다.  그러다 훔친 물건들을 팔고 있는 곰치를 발견한다.  그런데  그가 어느 아라비아 상인과 흥정을 하고 있는 물품이 바로 아이들이 찾고 있던 ‘마법의 두루마리’가 아닌가. 곰치는 아이들에게 순순히 두루마리를 돌려줄까? 아라비아 상인은 비싼 돈을 지불하고 사려고 했던 두루마리를  포기하려고 할까?

 

이 책은 과거를 다녀온 이야기 치고, 역사물 치고 아주 가볍고 이야기가 짧은 편이다.  물론 아이들이 두루마리를 잃어버릴 뻔한 위기도 있지만 비교적 이야기 구성이 단순한 편이다.  게다가 준호, 민호 형제가 보여주는 모습이 아주 생생하다.  시간 여행이라는 어쩌면 매우 진지하고 조심스러운 상황에서도 끊임 없이 티격대고, 실수도 하지만 어느새 보면 형제라는 이름으로 의기투합하고 있다. 이런 모습이 책의 분위기를 밝게 이끌어가는 것 같다.  이 책에서 작가는 고려 시대에 대해 구구 절절히 설명하지 않는다.  단지 준호, 민호 형제가 기억하고, 보고, 듣고, 느낀 점들을 들려주는데 여기에 당시의 실제 모습이 많이 소개된다.  당시 화폐로 쓰이던 은병, 그리고 독특한 거리구조, 당시 거리 모습들등이 바로 보듯이 생생하다.  또 책 사이사이에 당시의 기구나 제도등을 살짝 소개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당시 분위기를 익힐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역사물을 처음 접하는 저학년 친구들에게 적합할 것 같다.  

 

아직은 시리즈의 초반이다 보니 독자들에게 궁금증을 남기며 모두 다 설명을 해주지 않는 부분이 많아 아직은 미스테리한 느낌이 강하다.  담벼락에 있는 문에서 나온 여자 아이는 도대체 누구일까? 모래시계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두루마리와 시간 여행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은 아마도 서서히 밝혀지겠지?  아지만 분명한 건 준호, 민호 형제는 또 다시 마법의 두루마리를 펼칠 거라는 거다.  그럼 우리들은 또 다시 그 형제들을 따라 과거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다음 책에서 아이들은 어디로 가서 어떤 일을 겪을까? 정말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