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화실의 추억

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282 | 글, 그림 이수지
연령 7~1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8년 12월 26일 | 정가 12,000원
수상/추천 CJ 그림책상 선정 도서 외 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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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화를 <동화책 속 세계 여행> 전시회에 가서 직접 보았다.
원화를 보며 이 책을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이 보다 앞서 출판사에서 이 책의 출간이벤트 소식을 통해 먼저 접했지만, 그때는 꼭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런데, 원화를 보니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었다.
노란 빛과 어두운 색의 대비가 이 그림책의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이야기를 대조적으로 표현해 놓은 듯한 인상을 받았다.

초등학교 입학전에 필수 코스 중 하나라는 미술학원에 다니지 않았던 아이는 친한 친구들이 함께 가는 미술학원에 가보고 싶어한 적도 있었다.
그 때, 아이를 설득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 가지였다.
바로 네 맘대로 그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이는 마음대로 표현하길 좋아하고 마음대로 색칠하길 좋아한다.
하지만, 보통의 미술 학원에서는 사람은 어떻게 그리고 꽃은 어떻게 그리며 색은 어떻게 칠해야 하는지를 주입시킨다.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고 보면 미술학원에 다닌 아이들의 작품이 눈에 띈다.
어떤 경우는 너무 학원티가 난다며 오히려 선생님이 상을 줄 수 없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잘 그린 그림에 상을 주다보니 언제나 미술상은 학원에 다닌 아이들 차지였다.

1학년 때 이런 일도 있었다.
옛 조선시대 임금 그림에 자유롭게 색을 칠하는 수업이 있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검은 모자에 빨간 옷, 가슴에 용은 노란색, 수염은 검은색으로 칠했다고 한다.
딸 아이는 자유롭게 칠하세요 라는 지시대로 칠하고 싶은 대로 색을 칠했다.
아이는 보라색 옷에 알록달록 수염 등 말 그대로 자유롭게 칠하고 싶은 대로 색칠을 했다.
그랬더니 반 아이들이 잘못 색칠했다며 지적했다는 것이다.
물론 임금님의 모습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표현한 그대로가 맞다.
하지만, 딸아이는 마음대로 색칠을 했다.
기운이 빠져 집에 온 아이는 이 이야기를 했고, 난 아이에게 오히려 잘했다고 칭찬해 주었다.
지시내용에 가장 충실했을 뿐만 아니라 고정관념을 가지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을 표현했기에 잘한 것이라고 칭찬 이유를 말해 주었다.

2학년이 된 지금 아이는 이런 말을 한다.
주제에 따른 그림을 그려 교실에 전시를 해 놓으면 대부분의 아이들 그림이 똑같다는 것이다.
아이 눈에도 같아보일진데 어른들의 눈에는 더할 것이다.
색을 칠하는 것도 그림의 내용도 아이들의 그림이 비슷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 이유는 이 책에 잘 나타나있다.
주인공 아이는 어떻게 하면 상을 받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는 미술 학원에서 배운대로 하면 된다.
꼼꼼하게 색을 칠하고, 밑그림은 노란색으로 그리는 등 일정한 틀이 있다.
이 틀에 맞추기만 하면 상에서 멀어지지 않는다.

그런 주인공이 진짜 화가가 운영하는 화실에 다니기 시작한다.
아이가 진짜 화가라 믿는 화가는 아이에게 어떻게 그리라거나 무슨 색을 칠하라거나 하지 않는다.
그냥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라고 할 뿐이다.
완성된 그림에 대해서도 전혀 왈가왈부하지 않는다.
명원 화실에 다니는 주인공은 그림에 소질이 있는 아이로 보였다.
그림으로 표현하기를 좋아할 뿐만 아니라 나름대로 소질도 있기에 그림에 대해 일찍 눈을 뜨게 된 것 같다.

명원 화실이 불에 탄 사건은 그래서 주인공 아이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그렇지만 아이는 명원 화실에서 미술이 무엇인지를 깨달았기에 다시 그림에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일 수 있었다.
이 후 다시는 그림그리기 상을 받지 못하게 되었지만, 주인공 아이는 이전보다 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다.

미술 교육의 현실을 우회적으로 잘 그려낸 그림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의 미술교육에 대한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아 더 좋게 받아들였는지도 모른다.

딸 아이는 슬펐다고 한다.
불에 탄 명원 화실과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된 진짜 화가 이야기.
이것을 가슴에 안고 사는 주인공 아이의 모습이 아이의 가슴에는 슬프게 다가온 듯 했다.

지금 딸아이는 자신의 그림이  반아이들보다 못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그림 그리는 것이 즐겁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