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견우와 직녀>를 처음 읽고 난 후 가슴이 너무 아팠었어요.

사랑하는데 소 몰지 않고, 베 짜지 않았다고 둘을 떼어놓는 건 너무 심한 벌이라고 생각이 들었죠.  그런 벌을 내린 옥황상제가 무척이나 원망스러웠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1년에 한 번, 하루밖에 만나지 못하게 된 견우와 직녀가 너무 가여웠죠.  그런데 신기한 건 칠월 칠석이 되면 거의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어린 마음에 이 이야기를 사실로 믿게 되었습니다.  칠석이 되면 혹시 하늘에서 다리가 되어 주는 까마귀와 까치를 볼 수 있을까 싶어 마당으로 나가 우산 사이로 하늘을 뚫어지게 봤던 기억도 나네요.

산타 클로스 할아버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버린 것처럼 견우와 직녀 이야기도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아는 지금도 음력 칠월 칠석이면 어김 없이 내리는 비를 보며 혹시나.. 하는 마음이 가슴 한 켠에 남아있습니다.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믿고 싶은가봐요.

비룡소에서 우리 명절 시리즈로 처음 선보인 <칠월칠석 견우 직녀 이야기>는 말 그대로  견우 직녀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액자 구성으로 되어있어요.  오작교가 되어주는 까마귀 가족의 이야기 속에 우리가 아는 견우 직녀 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그런데 까마귀 가족 이야기가 견우 직녀 이야기 만큼이나 슬프네요.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면서 가슴이 울컥하고, 눈물이 나더라고요. 

까배의 아빠는 오늘 견우와 직녀에게 다리를 놓아주려 하늘로 날아가야 한답니다.  까배도 아빠와 함께 가고 싶지만 아직 어려 가지 못하죠.  아빠가 떠나고 비가 내립니다.  까배 엄마는 그 비가 견우가 수레를 닦아서 내리는 비래요.  한 참 후 또 비가 내리는데, 이 비는 견우와 직녀가 만나서 흘리는 기쁨의 눈물이고요, 또 있다가는 눈물방물같은 비가 내려요.  이제는 아빠가 돌아오시겠죠?  하지만 까배 아빠는 돌아오시지 못한답니다.  그리고 대장 아저씨께 내년 일곱째 달 일곱째 날 은하수 길이 열릴 때 만나자고 전해달라고 하셨대요.  까배 아빠는 왜 가족에게 돌아오지 못했을까요? 까배는 내년에나 아빠를 만날 수 있을까요?

구성을 달리 하니 같은 이야기라도 아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네요.  게다가 까배네 이야기도 슬프다 보니 견우 직녀 이야기의 슬픔이 더 배가되는 것 같았어요.  글도 좋지만 잔잔한 수채화 풍의 그림도 이야기와 아주 잘 어울리네요.  책 뒤편에는 칠월칠석의 이런 저런 이야기가 소개되어있는데 아주 흥미롭습니다.  과학과 역사와 문학과 미술이 만나서 더 실감나는 견우 직녀 이야기.  이런 매력때문에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