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치며 답답함을 호소한 책

연령 7~9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7년 1월 25일 | 정가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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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뮤지컬 공연을 보고 후기를 남기고 받은 선물이다.
여러가지 선물이 있었는데, 우리는 책을 골랐다.
워낙 책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 책을 찾아보니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런데, 이 책이 딸 아이가 가슴을 치며 답답함을 호소하게 만들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정말 답답해을 계속 읊어대던 아이의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왜, 아이가 답답함을 느겼는지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이 이야기의 주이공은 꼬마 뱀 씩씩이다.
이름처럼 씩씩한 꼬마 뱀이었다면 아마 이야기는 많이 달라졌을 거다.
하지만, 이름처럼 씩씩하지 못한 꼬마 뱀이기에 이야기가 되었다.
인간의 형액형으로 표현한다면 소심한 A형과의 부끄럼을 많이 타는 꼬마 뱀이다.
가장 부끄러움을 탈 때는 엄마 뱀이 큰 소리로 “씩씩아”하고 부를 때다.
꼬마 뱀은 엄마 뱀이 부를 때 대답을 하지만 목소리가 너무 작아 엄마 뱀에게까지 들리지 않는다.
아마도 엄마 뱀은 씩씩이의 목소리가 작기 때문에 더 크고 우렁찬 목소리로 씩씩이를 부르지 않나 싶다.
흔히 아이를 키우며 부모가 적극적이고 활달해야 아이도 부모의 모습을 보고 닮는다고 하는 말처럼 말이다.

엄마 친구 뱀들이 집에 놀러와 식사를 하고 귀여운 꼬마 뱀을 대하는 태도를 읽어 줄 때, 유경이는 마구 가슴을 치기 시작했다.
물론 작은 목소리이기는 하지만, 어른 뱀들이 귀담아 듣지 않는다는 거다.
그리고 꼬마 뱀이 생각하고 대답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씩씩이도 대답을 해야 하는데, 하지 않아 너무 답답하다고 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꼬마 뱀이지만 어린이의 모습을 의인화해 놓았기에 그런 감정을 느낀 듯 보여졌다.
이야기는 계속 전개가 된다.
아이의 가슴 치는 모습을 조금 줄어 들었지만, 이 이야기에 대한 불만은 여전했다.

게다가 개구리가 꼬마 뱀에게 노래를 가르쳐 주는 부분에서 아이는 최고 절정의 가슴 답답증을 호소했다.
아이가 이토록 강하게 제스처를 취한 적은 여태 한 번도 없었다.
왜 그럴까 생각을 해 보니, 머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바로 아이의 태도와 경험이었다.

아이는 5살부터 유치원에 다녔다.
스스로 원해서 간 유치원이었지만, 그곳에서 아이는 많은 것과 부딪쳤다.
그중 가장 아이를 괴롭힌 것은 바로 ‘발음’문제였다.
발음이 완성이 될 되었던 아이는 친구들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핀잔을 듣기 일쑤였다.
아이는 가슴이 답답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끝까지 할 수 없었고, 이야기를 하다가도 친구들 사이에서 이런 말이 들릴 때면 그냥 이야기를 마쳤다.
점점 아이의 목소리는 작아져갔고, 자신감을 잃어갔다.
아이의 자신감을 되찾아 주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이의 발음을 교정해 주는 거였다.
기관을 통해 교정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기 싫어 내가 직접 붙들고 아이와 놀면서 천천히 발음을 교정해 주었다.
초등 입학을 앞두고 유치원에서는 발음 교정을 심각하게 이야기했고, 3년을 다니며 들었던 기관 추천의 말을 더 이상 내 고집을 부릴 수는 없다는 판단에 기관을 찾아가 감사를 받았다.
결과는 지극히 정상이었다.
오히려 아무 문제 없는 아이가 왜 이렇게 자신감을 잃었냐고 하며 의아해 했다.
결국 문제는 발음이 아니라 자신감 회복에 있었다.
기관의 담당 선생님은 아이를 모르는 외부인에 의해서 말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야지만 회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이야기를 초등학교 입학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담임선생님에게 들었고, 아이는 급격히 자신감을 회복하며 3년 넘게 괴롭혀 오던 발음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학기 생활기록부에 기재된 내용에 또 다시 발음 문제가 불거저 나왔다.
그래도 이제는 예전처럼 아이가 기가 죽거나 하지는 않는다.
아이는 그 긴 터널을 스스로 잘 헤쳐 나왔기 때문에 이제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을 알고 있다.

이런 일이 있었기에 아니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한 꼬마 뱀이 답답할 수 밖에 없었다.

개구리에게 노래를 배우는 부분도 이와 비슷한 아이의 경험이 있다.
작년 잠깐 노래를 가르친 적이 있었다.
아이가 워낙 음치였던 탓에 이른 나이에 교정을 해 주어야 하는데, 발음은 교정해 줄 수 있지만 음치 교정을 할 수 없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발음의 경우 방송반을 했던 경험이 큰 보탬이 되었기에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도 않았었다.
아이가 물론 고통의 나날을 보내게 한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크기는 하다.

그러나 노래는 다르다.
노래를 자신있게 음정을 딱딱 맞춰가며 부르지 못하기에 더욱 그러했다.
근처에서 찾다보니 성악을 전공하는 음대생을 알게 되었고, 개인레슨을 붙였다.
결과는 아이가 상처만 입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개구리와 똑같은 태도를 보인 선생님에게 아이는 마음의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았다.
이런 상처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해 직접 발음 교정도 해 주었던 것인데, 정말 큰 실수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동안 아이는 노래 부르기도 피아노치기도 거부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짧은 경험과 가요도 많이 듣고 따라 부르다 보니 많이 나아졌다.
아이가 마음의 상처를 입긴 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배웠기에 그것이 또 바탕이 되어 지금은 다시 자신감을 회복하게 되었다.

결국 이 이야기의 주인공 꼬마 뱀은 우리 아이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아이는 답답하고 가슴 아팠을 것이다.
마지막 결론이 해피하기에 아이도 웃을 수 있었지만, 아이는 여전히 이 책에 대한 기억은 답답함으로 남아 있다.

뱀은 뱀이고 개구리는 개구리 바로 그 자체를 인정해 주는 것이 정답임을 말해 주는 동화였다.
아이는 이제는 안다.
그렇기에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도 많다.

꼬마 뱀도 이 이야기 뒤편에서는 우리 아이처럼 성장해 가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