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니 수업을 하는 선생님이 날 보는 듯 했다

연령 8~9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6년 12월 5일 | 정가 8,000원

후진국에서나 남아 있을 법한 머릿니가 요즘은 도시나 시골 할 곳 없이 유행이다.
그나마 올해는 작년처럼 대 유행은 아닌 듯 보여진다.
작년에는 지역에 상관없이 내 주위의 사람은 누구나 머릿니를 경험했는데, 올해는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머릿니도 격년으로 유행하는 듯 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여간 겪고 나면 별일 아니지만, 막상 처음 겪을 때의 그 당혹감이란 이루 말 할 수 없다.
딸 아이가 6살이었을 때, 처음으로 머릿니 구경을 했다.
실내놀이터에서 잠깐 놀고 온 아이가 낮잠을 자다가 갑자기 머리를 벅벅 긁는 것을 보고 혹시나 하며 아이 머리를 살폈다.
그랬더니 역시나 머릿니가 있었다.
얼마나 놀랬는지 모른다.
게다가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고 있을 때라 더더욱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이 상황을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도 난감했다.
그래서 그때에는 아이에게 자세히 설명을 해 주지 않고 조용히 지나갔다.
인터넷이 좋은 점을 그 당시에도 느꼈다.
일반 약국에서 머릿니 약을 사면 창피할 것 같다는 생각이 그때는 있었다.
그런 때 인터넷으로 약을 사서 집에서 받아 쓸 수 있기에 여러모로 사생활 보호가 되어 좋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리고 그렇게 구입한 약으로 조기에 머릿니를 퇴치시켰다.

이 후 2년이 지난 작년 여름의 일이다.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아이의 머리에서 머릿니가 발견되었다.
한 번의 경험이 있기에 이제는 아이에게 머릿니에 대해 이것저것 알려주었다.
보여도 주고, 어떻게 번식을 하고, 왜 머리가 가려운지, 어떤 방식으로 옮기는지 등을 상세히 말해 주었다.
다행히 아이가 이미 책을 통해 머릿니에 대해 알고 있던 터라 아이는 그리 놀라지도 창피해 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럴수도 있다며 편안하게 생각했다.
오히려 분주해진 것은 나였다.
혹시라도 다른 아이에게 옮겨가면 퇴치가 힘들기에 단시간에 해결하려 애썼다.
그나마 이 때도 초기 발견이라 큰 무리가 없었다.
그런데, 개학을 하고 다시 아이가 머리를 긁기 시작했다.
또 다시 옮겨온 것이었다.
그렇게 그 해에만 3번이나 머릿니 경험을 했다.

이 일을 겪으며 머릿니에 대처하는 여러 유형의 부모를 볼 수 있었다.
첫번째는 머릿니가 생겼다며 아이를 야단치는 유형이다.
이 경우 친구 중에 머릿니가 있는 아이가 있으면 심하게는 그 친구와 놀지 말라고까지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두번째는 아무도 모르게 처리하는 유형이다.
아이에게 조차 머릿니가 생겨서 머리가 가렵다고 알려주지도 않는다.
혹시라도 아이가 알게 되면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고 함구령을 내린다.
그리고 우리 아이에게 어떠한 불이익이 생길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최대한 빨리 해결하는 유형이다. 
그것도 아무도 모르게 말이다.
이런 경우 시간이 한참이나 지나도 아이에게 머릿니가 있었다는 사실을 거의 말하지 않는다.
세번째 유형이 바로 나같은 유형이다.
나도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두번째와 비슷하게 조용히 넘어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점을 감안해 주었으면 좋겠다.
첫 경험이 있어 담담하게 행동할 수 있었던 것도 인정한다.
그리고 지금 나는 오히려 그 상황을 즐긴다.
그것도 교육적으로 말이다.
이 책에 나오는 담임선생님처럼 아이에게 실물로 머릿니를 보여주며 자세히 설명해 준다.
그리고 이런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꼼꼼히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머릿니 이야기가 나오는 책을 아이와 함께 읽는다.
그 전에 읽었으면 다시 읽는 시간을 통해 이 상황을 웃으며 넘긴다.

그래서인지 오늘 아이와 이 책을 읽으며 너무 재미있었다.
아이와 내가 했던 그대로 재미나게 이야기를 풀어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가정통신문이나 알림장을 통해 머릿니가 유행이니 주의하라고 알려준다.
그 보다는 이런 책을 통해 아이들에게 알려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에게도 머릿니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나 재미있게 이야기해 놓은 책을 소개해 주며 한 번쯤 읽어보길 권했으면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