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색이 짙은 옛 이야기

연령 5~1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2년 2월 8일 | 정가 12,000원

우리나라 옛 이야기와 동양의 비슷한 옛 이야기를 찾아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그 때, 내가 찾아낸 도서가 바로 이 책과 『그림 그리는 새』였다.
두 책이 비슷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둘 다 새가 주인공이라는 점과 결말에 새가 모두 떠나간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그 나라의 색이 짙은 책이라는 점이다.
『두루미 아내』는 일본 옛 이야기답게 일본색이 짙었고, 『그림 그리는 새』는 우리 색이 짙은 그런 그림책이다.

이렇게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그저 비슷하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골랐다.
그런데, 책을 읽고 다시 읽으며 하나하나 살펴보니 참 묘하게 다른 부분이 많았다.
출판사에서는 이 책이 우리나라의 『선녀와 나무꾼』과 같은 이야기라고 해 놓았는데, 나는 그 이야기 보다 『그림 그리는 새』가 좀 더 가깝게 다가왔다.

살짝 내용을 간추려 보면 이러하다.
목숨을 구해 준 가난한 청년 요헤이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여자의 모습을 나타난 두리미.
두리미 아내는 먹고 살기 빠듯하다 보니 당시 여성이 주로 하던 베를 짜서 내가 팔자고 제안한다.
베를 다 짜는 동안 절대 들여다 보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지만, 욕심에 눈이 멀고 너무 궁금함을 못이긴 나머지 요헤이는 결국 약속을 어긴다. 두루미는 그렇게 허망하게 요헤이의 곁을 떠났다는 이야기다.

옛 이야기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것이 권선징악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권선징악을 주제로 한 이야기가 아니다.
옛 이야기의 좋은 점이라고 한다면 대부분 교훈을 담고 있는 이야기라고 할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의 교훈이라고 굳이 꼬집어 이야기 한다면 무엇일까?
9살 딸에게 물어 보았다.
아이는 참을성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궁금해도 약속을 하였기에 궁금함을 참았어야 하는데, 참지 못했기 때문에 두루미가 떠나갔다는 것이다.
보통의 경우 참을성을 떠올리기 보다는 약속의 소중함을 먼저 떠올릴텐데, 아이의 눈에는 그 보다는 참을성이 먼저 보였던 모양이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아이도 우리의 옛 이야기 책을 떠올렸다.
아이 역시도 『그림 그리는 새』를 생각해 냈다.
그러면서도 비슷하지만 똑같은 이야기는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나와 같은 느낌을 받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이웃한 나라의 비슷한 옛 이야기를 찾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엔 비록 동화를 좋아하는 어른들만의 대화였지만, 다음에는 꼭 아이와 이야기를 좀 더 진지하게 나눠보고 싶다.
함께 이야기를 나눈 다른 분들 또한 나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옛 이야기에 대해 좀 더 깊이있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