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위로하다.

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178 | 글, 그림 페터 쉐소우 | 옮김 한미희
연령 5~1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7년 1월 12일 |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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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 쉐소우의 작품은 이 책이 두 번째다. 그의 작품 목록에 올라있는 쥐덫(Die mausefalle)이라는 작품으로 먼저 만났다. 이 책은 유명출판사의 전집으로 묶여 있으니 당분간 단행본으로 시중에 나오기는 힘들 것 같아서 아쉽다. 이 작가의 작품은 그림이 정말 독특하다. 사진 위에서 그림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배경은 얼핏 보면 사진으로 혼동하기 쉽다. 확 트인 들판이나 숲속을 배경으로 하는 그림을 보면 이리저리 누운 풀잎들마저 세세하게 표현되어 있고 하늘의 구름 모양새는 실제인 것처럼 표현되어 있어서 어쩌면 흐릿한 사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배경 위에 테두리가 굵은 선으로 그려져서 배경과 경계를 이룬 인물들이 왔다 갔다 한다. 처음 이 책 <이럴 수 있는 거야?!!>를 발견했을 때 한눈에 같은 작가의 작품임을 알아볼 정도로 독특한 그림이다. 아마 다음 작품도 금방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참 독특한 일러스트다.


여자 아이 하나가 빨간 가죽 가방을 끌면서 공원에 나타난다. 공원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이럴 수 있는 거야”라고 외치는 여자 아이를 친구들이 뒤따른다. 호기심에 뒤따르던 친구들은 여자 아이에게 말을 건네고 그렇게 소리치고 돌아다니게 된 사연을 듣게 된다. 여자 아이가 키우던 새가 죽어서 빨간 가방에 넣고 다녔던 것이다. 상실의 아픔과 절망과 분노를 “이럴 수 있는 거야”라는 말 속에 담아서 말이다. 엘비스가 죽었다는 아이의 말에 뒤따르던 여섯 친구는 팝가수 엘비스로 착각을 하지만 곧 아이가 키우던 새 이름이 엘비스였음을 알게 되고 함께 장례식을 치러주며 아이의 슬픔을 위로한다. 아마 천국에서 가수 엘비스와 함께 노래하고 있을 거라는 마음을 담은 농담을 나누며 분노와 절망감을 가라앉히고 슬픔을 위로받는다는 따뜻한 이야기다.


내 삶의 영역 안에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을 때의 상실감은 어른도 감당하기 힘들다. 하물며 아이들에게는 갑작스런 이별에 분노하고 절망하고 슬퍼하는 마음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죽은 새를 가방에 넣어 다니며 “이럴 수 있는 거야?”라고 외치는 아이의 마음…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허공에 붕 떠버린 듯 외딴 섬에 버려진 듯 허망한 기분도 들고 슬픔의 무게는 아이가 감당하기에 지나치게 무겁기만 하다. 하지만 친구들의 위로로 슬픔을 덜어내고 장례식을 치르며 조금씩 이별을 준비한다.


올봄에 아이가 토미 드 파올라의 ‘위층 할머니, 아래층 할머니’를 즐겨 읽었었다. 증조 할머니와 할머니의 죽음을 직접적으로 다룬 그림책이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죽음이란 의미를 그저 하늘나라로 이사 가는 정도로 여겼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 두 분을 두고 위층 할아버지가 두 분 계신다고 싱겁게 얘기하던 녀석이었는데 그 사이 훌쩍 컸는지 죽음을 가까이 받아들인 모양이다. “엄마가 죽으면 뭐가 되는 거예요?” “엄마는 죽어서도 귀신이 안되고 엄마였으면 좋겠어요. 아니, 엄마는 나이가 들어도 안 죽었으면 좋겠어요. 죽을 때가 되어도 계속 살아서 칠백 살까지 살았으면 좋겠어요.” 하는 모습을 보니 죽음 뒤에 남겨질 두려움을 벌써 아는구나 싶다. 마음이 제대로 아리다. 하지만 어쩌겠나…언젠가 닥칠 그 순간에 슬픔을 위로할 따스한 마음들이 함께 하길 바라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