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의 실체를 똑바로 바라보라.

연령 4~6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7년 4월 20일 |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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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무서워하는 꼬마 박쥐 (보기) 판매가 10,800 (정가 12,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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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넘어지고 떨어지고 깨지고 다치고 하루도 팔꿈치와 무릎이 성할 날이 없는 조카들에 비해서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성향의 조심스러운 내 아이는 하이드로 밴드라는 것을 사놓고도 유통기한을 넘길 정도지만 유난히 겁이 많은 편이다. 발이 땅에서 떨어지는 상황도 불안해했고 높은 곳은 너무나 위험천만인 장소였으니 계단에서 내려가는 일도 놀이터의 미끄럼틀도 놀이가 아니라 공포였다. 요즘은 많이 나아져서 계단 3칸에서 폴짝 뛰고 싶은데 2칸 밖에 허용을 안 하는 엄마 때문에 삐치기도 할 정도이고 무섭다고 트렘블린 위에서 펑펑 울던 아이가 침대 위에서 어찌나 콩콩거리며 높이 뛰는 지 신기할 정도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무서워하는 것은 깜깜한 어둠이다. 집에서야 은은한 스탠드를 켜두고 잠을 자지만 다른 곳에서 잠을 자야하는 상황에서 난감한 경우가 몇 번 있었다. 이 책을 보더니 어둠을 무서워하는 박쥐에게 동지의식을 느꼈는지 마음에 쏙 들어한다. 박쥐가 어둠을 무서워한다니 심히 염려된다.


늘상 따라다니는 귀차니즘으로 인해 확인을 못해봤는데 어린 박쥐의 날개는 분홍색이었다가 자라면서 차츰차츰 검은색이 된다고 한다. 아마도 사실을 근거로 해서 이야기를 썼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그냥 넘긴다. 꼬마 박쥐는 발데마 삼촌이 있는 트란실바니엔으로 왔다. 드라큐라 이야기에 등장하는 트란실바니아가 떠오르며 드라큐라 백작과 박쥐의 흡혈본능이 연관 지어지는 지명이다. 아무튼 트란실바니엔에는 깜깜하고 무시무시한 숲과 안개가 자욱한 늪이 있는데 어른 박쥐들은 이곳을 근사하다고 생각하지만 꼬마박쥐에게는 그 어둠이 너무 무섭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그림자가 유령과 같은 느낌이 든다. 이렇게 어둠을 무서워하는 꼬마박쥐를 주변에서는 놀려대기 일쑤다. 숲속에 혼자 남아있던 꼬마박쥐는 어둠을 피해 도망치게 되고 결국 불빛을 찾아 리사의 다락방으로 날아가게 된다. 리자는 누구인가? 니더베르크에서 가장 용감한 소녀다. 리자와의 만남에서 꼬마박쥐가 용기를 한 수 배워갈 것 같은 예감이 드는 복선이다. 손전등 놀이를 통해서 꼬마 박쥐가 유령이라고 믿고 있던 그림자의 실체를 알려주는 리자.  두려움은 존재의 본질을 더 과장되게 포장하는 마음상태라서 무서움과 똑바로 맞서지 않으면 도망치는 삶을 살 수 밖에 없다는 충고도 야무지게 해준다. 더불어 용기를 내자고 힘을 실어주는 격려까지 아끼지 않는 리자의 노력으로 꼬마 박쥐의 날개는 점점 이쁜 검정빛을 띠게 된다.


꼬마 박쥐가 트란실바니엔으로 떠나면서 하늘에 새긴 말. “용기를 내, 이걸 잊지 마.” 단지 어둠을 무서워하는 공포에만 해당되는 말이겠는가. 세상에 나와 무서운 것이 어디 어둠뿐이랴. 오토바이의 시동 소리도 무섭고 자동차 경적도 무섭고 개 짖는 소리도 무섭고 주사바늘도 무섭고 엄마의 부재도 무섭고…하지만 어느 순간에도 이 말만 기억하자. “용기를 내자, 용기를 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