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이들에게는 베르나르 삼촌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연령 9~11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9년 12월 9일 | 정가 7,000원

 책에는 별다른 관심도 없는 아이에게 계속 책 선물을 안겨 준다면? 부모님을 비롯한 어른들은 그 아이가 책을 아주 좋아한다고 믿고 있다면? 아주 사소한 오해지만 그로인해 아이는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까.

 주변에는 책벌레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책을 누구보다도 싫어하는 아이 바질. 여차하면 바질의 소중한 물건들(바질에겐 보물이지만 엄마에겐 잡동사니에 불과한 것들)을 내다버리기 일쑤인 엄마지만 책만은 절대 내다버리지 않는다. 아무리 세게 던져도 깨지지 않고, 찢어져도 테이프로 붙이면 또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버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차곡차곡 쌓인 책 선물은 어느새 바질의 방 한쪽 벽을 가득 채운다. 하지만 바질이 그 책들을 만질 때는 벽에 집어던지며 깨지는지 안 깨지는지 실험해 볼 때뿐!

 독서 보다는 물건들을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는 일에 더 큰 흥미를 보이고 재능도 있는 바질이지만 엄마아빠는 걸핏하면 라디오나 스텐드를 분해해서 망가뜨리는 바질의 취미를 못마땅하게 여길 뿐이다. 바질이 독서 외에 다른 것에 애정을 쏟을 거라고 생각 못하는 것이다. 자신의 아이가 독서라는 고상한 취미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 것에 만족하고 주변에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는 엄마는 정작 바질이 무슨 책을 읽는 지에는 관심이 없다. 책 던지기를 하다 들킨 바질이 책에 대한 내용을 대충 얼버무리며 꾸며 이야기해도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것이다.

많은 돈을 써서 그저 아무 책이나 사서 안겨주기만 하면 책을 맛있게 먹어치우듯이 그렇게 저절로 독서에 재미를 붙일 수 있을까? 어른과 함께 혹은 스스로 책을 고르고, 다 읽고 난 다음에는 그 책에 대한 느낌을 함께 나누며 소통하는 것이 진정한 독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읽은 책이라면 단 한 권일지라도 아이에게 오랫동안 귀중한 양서로 남지 않을까.

어렸을 때는 엄마 아빠가 읽어 주던 이야기책을 동생이 태어난 다음부터는 혼자서 읽어야 했던 것도 바질이 책을 싫어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동생이 태어난다거나 학교에 입학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저절로 그림책에서 읽기 책 수준의 독서 수준을 갖추게 되는 것은 아니다. 혼자서 능숙하게 책을 읽는 아이도 가끔은 엄마 아빠 품에서 이야기를 ‘듣고’ 싶을 때가 있는 법.  그럴 때 가끔모른 척 이야기를 읽어주고, 때로는 아이가 읽어주는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

모든 아이들에게는 베르나르 삼촌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혼자서는 더 이상 독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서도 부모의 사랑을 잃을까봐 억지로 좋아하는 척 하는 아이. 독서광 행세를 하느라 감쪽같이 거짓말까지 서슴지 않는 그 아이가 사실은 책을 싫어하고 조립하는 걸 더 좋아한다는 것을 알아챘다는 것은 그만큼 그 아이에게 애정과 관심을 쏟고 있다는 것일 테니까. 아이들에게 제멋대로 책 선물을 해놓고서 좋은 선물을 했다고 스스로 만족하는 그런 어른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