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에 대한 진실

연령 11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9년 12월 18일 | 정가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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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탐정의 사건 노트 4 (보기) 판매가 7,200 (정가 8,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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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한 추리 소설이자 휴머니즘적 성장 소설인 「괴짜 탐정의 사건 노트」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가 나왔다. 눈처럼 날리는 벚꽃 배경이 인상적인 『마녀가 사라진 마을』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감동과 재미, 생각할 거리들을 잔뜩 던져주었다. 세쌍둥이 자매 아이, 마이, 미이와 끝 모르는 자신감과 건망증이 트레이드마크인 명탐정 유메미즈 교수님까지 변치 않는 모습으로 나를 맞아주었다.
 

  이번에는 어떤 사건이 발생할까? 또 교수님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따끈따끈한 새 책을 집어 들고 나는 스키장과 쇼노 마을로 떠났다. 하지만 동행자가 있었으니! 이름하여 잡지《세 시마》의 편집자 이토 씨. ‘명탐정 유메미즈 기요시로의 수수께끼 기행’을 기획한 이 편집자는 슬픈 사연을 간직한 못 말리는 폭주광이다. 세쌍둥이는 교수님을 협박하여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되고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하지만 전편보다 더더욱 성장한 세쌍둥이의 모습이 듬직하기만 하다.
 

  추리라기보다 직관적으로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는 교수님은 식도락 기행문을 쓰는지 수수께끼 기행을 쓰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세쌍둥이는 사건에 대한 정보를 스스로 모으고 분석하고 추리한다. 작가는 정답을 찾기 위해 들이는 이 노력이 가장 값지다고 말한다. 하지만 노력에도 불구하고 답을 얻지 못하자 교수님을 통해 숨겨진 진실을 밝힌다. 교수님은 모든 ‘진실’(그것이 아픔과 슬픔에서 비롯된 것일지라도)을 가장 아름다운 방법으로 밝혀낸다. 숨겨진 진실 속에 감춰진 상처들을 끌어안고 치유해주는 것이다. 진실을 아는 것 또한 값지지만, 무엇보다 진실을 가장 좋은 방법으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작가는 강조하고 있다.
 

  그러니까 범인을 밝히기 위한 명탐정이 아닌 마음속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좋은 이웃으로서의 명탐정을 작가는 보여주고 있다. 책에서 작가는 생선가게 장수가 없으면 불편하겠지만 명탐정이 없으면 불편하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유메미즈 교수님은 이 세상에 꼭 필요한 명탐정이다. 비록 먹보에나 고집불통, 건망증 대장에 떼쟁이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바른 시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마녀가 사라진 마을』에서는 형제간의 우애와 자연보전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의 삶은 이익만을 추구하는 근시안적 삶이다. 작가는 드러나지 않게 이런 삶을 재고할 수 있게 한다. 물질적 이익이 아닌 변하지 않는 높은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말이다.
 

  자칫하면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들을 다루는 작가의 솜씨가 두드러진다. 위악적인 캐릭터를 배제하고 우리에게 친근한 캐릭터를 통해 조심스레 주제에 다가가는 것이 독자의 입장에서는 참 편안하다. 읽으면서 내내 웃을 수 있고 편안하지만 감상적일 수 없게 만드는 점이 독특하면서도 멋진 것 같다. 무엇보다 조금씩 성장해가는 세쌍둥이의 모습이 빛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