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내어 읽어 보아요~

연령 5~13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0년 1월 8일 | 정가 11,000원

  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 5권은 리듬 편이다.  단어가 연상시키는 이미지나 단어의 음률을따라 요리 저리 싯구  를 확장시킴으로써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작가의 상상력 또한 돋보인다.  쟁반(20쪽)에서 뱀장어가 가득 담긴 쟁반을 보고 왕게가 ‘오호라, 내가 좋아하는 쟁반막국수’라고 표현한 것이나 망치(54쪽)에서 계속해서 움직이는 별자리를 고정시키라는 아이의 부탁에 별자리에 대못을 박는 거인의 모습, 취침시간(50쪽)에서 침대를 더럽히는 침팬지에게 내리는 벌이 매달려 자기라는 것 등 시인의 상상력을 따라 하는 여행이 이 책의 큰 즐거움 중 하나 이다.

   그림 또한 돋보인다.  유머와 해학이 가득한 그림은 싯구의 내용을 보다 풍성하게 하고, 아이들이 시를 즐길 수 있는 도우미 구실을 톡톡히 한다.  똥파리(10쪽)에서 한 무더기 똥위에 포크와 칼을 들고 위풍당당 서있는 왕관을 쓴 왕똥파리의 모습은 너무나 듬직해서 우습고, 요가(18쪽) 선생님을 따라 하는 네 마리 동물의 쩔쩔매는 모습은 우스우면서도 안쓰럽다.  구멍없는 피리 (38쪽)의 개구리, 두꺼비, 맹꽁이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세 동물을 비교하여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각각의 모습을 재연하는 재미를 준다. 

   시인의 기발한 상상력과 따뜻한 유머가 가득한 그림도 좋지만, 이 시집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음율에 바탕을 둔 ‘소리내어 읽는 재미’ 인 것 같다.  시에 따라 때로는 랩처럼, 노래처럼 읽다 보면 우리 말의 리듬감이 절로 느껴지고 쉽게 시에 친숙하게 다가가게 된다.  나 또한 처음 눈으로 시집을 읽거나 속으로 웅얼거리며 읽었을 때의 만족감이 70이었다면, 아이들을 위해 소리내어 읽을 때는 책읽는 즐거움은 300, 400으로 이전의 두 세배를 뛰어 넘었다.  양쪽에 아이들 둘을 끼고, 한 소절씩 나눠 읽기, 반복되는 후렴구는 아이들이 읽게 하기, 한 연씩 나눠 읽기를 하다 보니 글씨를 모르는 작은 아이까지 노래를 따라하듯 자연스럽게 시 읽기에 동참하게 되었다.  노래처럼, 놀이처럼 읽다 보면 어느덧 마지막 페이지가 나오게 되는 책이다.  시 한편 한편을 읽는 데 치중하기 보다, 연관되는 이야기도 나누고, 노래처럼 읽은 것을 랩처럼 바꾸어도 읽어보고 그림을 보면서 흉내도 내어보고 놀이처럼 읽다 보면 어느새 우리 말의 아름다움, 언어를 통한 상상력의 확장은 거저 얻어 지는 것 같다. 

   책장을 덮고 나서도 아이들은 이 책에서 영감을 얻었는 지, 끝말 잇기와 2단어부터 시작해서 9단어까지 한 자 한 자 억양에 힘을 주는 말놀이를 제안했다.  이렇게 계속된 놀이를 통해 한 바탕 신나게 웃고 이야기 하면서 아이와 공유하게 되는 놀이시간은 이 책이 선물하는 소중한 덤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