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를 통해 배우는 ‘우리말의 맛과 멋’

연령 5~13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0년 1월 8일 | 정가 11,000원

  ‘내 시가 출제됐는데, 나도 모두 틀렸다’
  2009년 수능이 끝나고 최승호시인은 이렇게 말하며 우리나라의 문학교육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었다. 시인은 낱낱이 글자를 해석하고, 행간을 뒤져 시대적 의미와 숨은 비유를 찾는 데 열중하는 언어교육에서 놓치고 있는 바를 강조하고 싶었던 듯 하다.:

  ‘시를 몸에 비유해 보자. 시의 이미지는 살이고 리듬은 피요, 의미는 뼈다. 그런데 수능 시험은 학생들에게 살과 피는 빼고 숨겨진 뼈만 보라는 것이다. 그러니 틀리는 게 아닌가 싶다.’
  ‘예를 들어 내가 쓴 ‘너구리, 너 구려. 너 구린 거 알아’라는 시를 보자. 이게 모국어의 맛과 멋이다. 그런데 이 시의 주제가 뭐냐. 시의 사조(思潮)가 뭐냐. 시인은 어느 동인 출신이냐 묻는 게 수능 시험이다. 그런 가르침은‘가래침’같은 거다.(2009. 11월 중앙일보)

  언어를 배우는 것은 어린 시절에 저절로 익혀지는 점을 생각하면 참 쉬운 것이면서도, 또 바르고 아름답게 사용하기를 배우는 데에는 평생이 걸리니 참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특히 외국어를 배우는 것을 생각해보면 아무리 배워도 모국어를 하는 사람들의 말 맛을 따라가기가 힘들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단어를 외울 수는 있지만 그 단어를 이용해서 리듬있는 시를 짓거나 농담을 하라고 하면 힘들어진다.

  말놀이 동시집 시리즈의 다섯번째 책인 이 책의 주제는 리듬이다. 우리말을 이용해서 만들 수 있는 리듬을 익히고 그 리듬에서 생겨나는 또다른 말의 재미와 우연잖게 생성되는 중의적 의미를 알아차리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한마디로 다 ‘말장난’들이다. 다시 말하면 시인이 말했던 ‘모국어의 맛과 멋’이다.
  ‘깨비 깨비 도깨비’. ‘달, 달, 달팽이’ 같은 반복을 이용한 리듬만들기가 가장 많이 나온다. 다음은 동음이의어를 이용한 말놀이들이다. ‘달 뜨면 달 이고/ 더듬 더듬/ 밤길 홀로 가는 달팽이(p.12)’나 ‘자네가 지게를 지게(p.72)’등이다.
  단어를 분절하거나 합체하여 리듬의 재미를 살리는 동시에 또 다른 뜻을 유도하는 시들도 있다. ‘간장 항아리에 장맛비/ 무슨 장맛이냐 장맛비(p.128)’, ‘등대에 등 대/ 등 대/ 사진 직어 줄게(p.134)’

  짐작하겠지만 소리내어 읽으면 말들이 꼬이며 만들어내는 기묘한 리듬들에 혀가 간지러워 웃게 된다. 어떤 시들에서는 캘리그램(calligram)같은 효과를 주어 글자가 만들어 내는 그림을 보게 된다. 띄어쓰기의 묘미 또한 알 수 있다.
  이 책의 또 다른 강점은 그림이다. 시인이 시를 통해 보여주는 상상력 가득한 이야기, 그 이상의 것을 그림이 보여준다. 시의 코믹한 내용을 그린 그림을 보고 웃게되는 작품들도 참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