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미래

연령 1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9년 12월 30일 | 정가 10,000원
수상/추천 아침독서 추천 도서 외 3건

조경숙의 나는야, 늙은 5학년은 탈북청소년을 다룬 이야기다. 작가는 열다섯이지만 키가 130센티미터, 몸무게는 27킬로그램 밖에 안 되는 명우를 주인공으로 하여 우리 사회의 모습을 타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는데, 다 읽고 나면 묵직한 감동에 압도된다. 아직까지 아동문학에서는 크게 다루어지지 않았던 주제라 새롭기도 했고, 만길이의 봄에서 약자의 편에 섰던 작가의 모습이 생각나 기대가 되었다.

작가는 나는야, 늙은 5학년에서도 우리 안의 이방인의 편이 되어 준다. 가진 것 없이 두려움 속에 남한 사회에 정착하게 된 탈북자들의 심리와 그들이 살아가는 현실의 고단함을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그려냄으로써 편견과 차별로 가득 찬 사회를 비판한다. 소중한 것에 대한 성찰 없이 단순한 목표에 목매는 모습, 이해와 배려 부족 등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도 함께 지적한다.

이 책의 장점은 사실성에 있다. 탈북자 아이가 처한 상황에 대한 르포라고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남들보다는 훨씬 안정적인(형이 있기에) 상황에 있으면서도 감사하기보다 분노하기 바쁜 모습은 아이의 순수함을 느끼게 한다. 나 같아도 내 고향에서 이웃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내 배가 부르다고 해서 기쁘지만은 않을 테니까 말이다. 학교에서 처하는 상황은 더욱 잘 나타나 있다. 분명한 목표도 없이, 아무 생각도 없이 시키는 대로 영어 공부에 열을 올리는 아이들, 없는 아이에게 채워주는 것도 차별이라고 말하는 선생님, 어른들보다 더 심하게 따돌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이것이 진짜 내가 발 딛고 있는 사회인지 자문하게 한다.

하지만 그 모든 어려움에도 명우는 희망을 가진다. 빛이 있기에 그림자도 있는 것처럼, 명우의 햇살이 되어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자원봉사 선생님이나 은지는 도움을 받는 처지에 놓인 명우의 위치를, 굶어죽는 북한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악의가 없기에 명우는 고통을 이겨내고 관심과 사랑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행복해지고 말거라는 소망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명우의 씩씩한 모습은 읽는 이에게 건강한 감동을 준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난생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고 금강산을 올랐던 기억이 떠올렸다. 괜히 두근거리고, 흥분되는 마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었던 나와는 달리 명우는 목숨을 건 절박함과 호기심, 두려움을 가지고 남한 땅을 밟았을 것이다. 하지만 명우와 내가 공통적으로 느낀 감정은 같으면서도 다르다.’는 것이다. 드문드문 마주치는 민가와 사람들의 모습에서 같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는 동질감이 들었다면, 비썩 마른 소의 모습이나, 개발되지 않은 드넓은 평야, 긴장된 표정의 북한 군인들은 묘한 괴리감을 주었다. 이 책에 나타난 명우의 모습도 우리와 조금은 다르고 또 비슷하다. 아니, 오히려 그런 명우의 모습은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연민을 자아낸다. 작가는 우리 역시 고단한 삶을 거쳐 왔기에, 더욱 명우의 결핍에 공감해야 하는데도 편견과 소외를 낳는 세태를 고발한다. 그러면서 함께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그려보게 하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세상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고 했던 조국. 둘이면 둘, 셋이면 셋, 어깨동무하고 함께 가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렇게 될, 그리운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