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 잘린 참새> 질투하지 마라

연령 5~9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2년 10월 15일 | 정가 9,500원

자식이 없는 두 노인 내외에게 있어서 참새는 할아버지가 아끼고 위안을 삼는 대상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할머니는 곱지 않은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결국 할아버지의 위안의 대상인 참새의 혀를 잘라버리는 것으로, 할아버지의 위안의 대상을 거부하고 쫓아내버리게 된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자신이 아끼고 사랑하는 대상을 찾아 할머니의 곁을 떠나 이런저런 난관(?)을 헤쳐나간 후에, 자신의 관심과 애정에 대한 대접을 받고 또 그 보답으로 선물까지 받아오게 된다.

  이 과정을 지켜본 할머니는 뒤늦게 자신의 배타적 자세를 후회하고, 자신도 참새를 찾아나서지만, 할아버지하고는 다르게 오로지 관심은 경제적 이익에만 맞춰져 있었고, 급기야는 금은보화 대신에 무서운 뱀과 두꺼비에게 쫓기기만 하게 된다.

  이 그림책에서 참새는 여러 가지를 상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배우자가 결혼 전에 미리 낳아서 데리고 들어온 자녀일 수도 있고, 시부모의 입장에서 며느리일 수도 있고, 배우자의 동참모임이나 동호회 같은 취미모임이나 취미생활일 수도 있고, 심지어 배우자의 외도의 대상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관용적이지 않은 할머니의 태도는 잔인하고 어리석은 것처럼 묘사되고 있다. 무엇을 자른다는 것은 극단적인 단절과 파국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나무 숲의 참새의 집은 마치 ‘유곽’을 연상시키며, 참새들의 춤은 기녀들의 무희를 연상시킨다. 참새가 선물을 주면서 꼭 집에 가서 풀어보라고 한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었던 것일까. 할아버지에게는 귀한 선물이므로 혹시 길가에서 풀어보다가 도적에게 빼앗기거나 잃어버리지 말라는 의미였을 것이고, 성미가 조급하고 포악한 할머니에게는 오히려 그런 말을 해줘야 길가에서 미리 선물을 풀어볼 것이기 때문에, 그럼으로써 할아버지까지도 무서운 뱀과 두꺼비에게 혼나는 것을 미리 막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할아버지는 인자하고 욕심이 없는 따뜻한 사람으로, 할머니는 잔인하고 욕심이 많으며 불성실한 사람으로 묘사되고 있는 것은, 고대나 봉건시대의 일본의 풍습이 남편의 ‘참새’에 대해서 시기하거나 질투하는 아내의 태도를 못마땅하게 여겨오던 것의 반영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