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야, 악어야]내가 악어라면….

연령 7~8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7년 9월 30일 | 정가 10,000원

페터 니클 글, 비네테 슈뢰더 그림 <악어야, 악어야> – 비룡소

  

이 책은 충격적입니다.

그런데 아이는 별로 충격을 느끼지 못하고 재미있어합니다.

 

어느 날 악어는 귀분인 둘이 하는 말을 엿듣게 되지요.

“악어 가게에는 근사한 물건이 정말 많아!”

여러분이 악어라면 무엇을 상상하시겠습니까?

악어는 순간 그 가게를 꼭 찾고야 말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긴 여행 끝에 파리에 도착한 악어는 그 가게를 찾고야 맙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받았을 악어의 충격 상상이나 하시겠습니까?

악어가게에는 온통 악어가죽으로 만든 물건 뿐. 악어가 쓸 만한 물건은 하나도 없었지요.

눈물 흘리며 서 있는 악어는….심한 모욕감을 느끼며 직원을 꿀꺽 잡아 먹고

마음에 드는 물건을 직원의 가방에 담아 돌아갑니다.

 

별다른 죄책감도 없이, 기분 좋게, 악어는 나일 강으로 돌아갔지요.

 

이 부분을 아이에게 어떻게 이해시켜 주시겠습니까?

사람을 잡아 먹은 악어는 우리가 다른 책에서 만났던 친숙한 이미지와는 거리감이 있지요.

 

전 악어의 정당성을 변론하지도 않았고, 사람의 편에 서서 악어를 나쁜 녀석으로 몰아세우지도 않았습니다.

악어가 그렇게 포악하게 변하기 전…

여행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서 되돌아 보았습니다.

처음 강에서 돛단배 한척을 타고, 바다를 건널 때 만난 사람과 잘 지낸 악어입니다.

그들의 친절에 감사할 줄 아는 악어입니다.

사람들도 악어를 배척하지 않고 무서워하지 않으며 친구가 되었지요.

그런데 악어가 파리에 도착한 순간 사람들은 악어만 보면 두려움에 떨며 피합니다.

자연 속에서 악어는 함께 살아갈 친구이고,

문명 속의 악어는 배척당하는 적이지요.

 

다시 읽어볼까요?

 

별다른 죄책감도 없이, 기분 좋게, 악어는 나일 강으로 돌아갔지요.

 

이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린 너무 별다른 죄책감 없이, 기분 좋게 악어를… 또 자연을 해치고 있지는 않습니까?

인간은 너무나 쉽게 자연을 파괴하며 문명 속으로 깊게 들어와 있지는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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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방영된 <아마존의 눈물>을 보셨는지요? 전 아쉽게도 원주민 편만 봤습니다.

대장정 다큐를 마친 PD들이 <무릎팍 도사>에 나왔는데….

원주민 편과 생태계 편으로 테마를 나누고, 선배가 먼저 원주민 편을 맡았다고 합니다.

이유인 즉 사람사는 곳 다 똑같다는 어머니 말씀대로 더 편할 것 같아서라고 합니다.

그런데 생태팀보다 훨씬 벌레에 많이 물어 뜯겼다고 하더라구요.

문명과 접촉한 원주민이 사는 곳에는 벌레가 많았고,

문명에 접촉하지 않은 원주민들이 있는 곳은 너무나 깨끗해서 편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