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속 동물원

연령 6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9년 12월 4일 | 정가 18,000원

제목만 듣고는 미술작품을 알리는 지식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음~ 명화를 소개하는 책인가 보군.  썩 재밌지는 않겠네’ 이런 선입견(?)을 가지고 읽게 된 ‘동물들이 살아 있는 미술관 이야기.’

 

이 책의 표지는 시커먼 반달곰이 표지 전면을 차지 하고 있다.  너무 어둡고 무거운 느낌이 들수도 있는 데, 색색의 칼라 글씨가 포인트를 준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개, 고양이 같은 farm animal을 모아 놓은 ‘털이 있는 동물’, 새 등의 ‘날개와 깃털이 있는 동물’, 바다와 강에 사는 동물을 모아 놓은 ‘가죽, 비늘, 단단한 껍질이 있는 동물’.  각 동물은 한쪽은 회화작품, 다른 한쪽은 청동상, 모자이크, 조각 등 미술의 기타 영역에 속하는 작품을 하나씩 배치했다.  그리고 제목, 작가, 종류, 시대를 각각 써 놓았다.  책이 크기가 가로 27Cm, 세로 29.5Cm로 다른 그림책 보다 커서 화집처럼 작품을 감상하기에 적당하다.  37동물과 관련된 작품 뒤에는 ‘동물 그림으로 본 미술의 역사’제목의 짧은 설명글이 있고, 각 작품의 해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이 어디에 전시되어 있는 지 표시되어 있는 부록이 있다.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인 우선 작가들의 기발한 상상력이다.  꼬리와 머리는 박제 된여우를 사용하고 길쭉한 의자를 여우의 몸통으로 설정한 작품, 양철깡통과 철사를 이용한 닭, 세자르의 금속으로 만든 박쥐 등을 보면 동물의 특성을 잘 살리고, 작가의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훌륭하게 결합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한 이 책에서는 소재와 미술 기법에 대하여 잘 설명 되어 있어서, 미술감상의 초보자가 작품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부모들은 학교 미술수업에서 이미 배웠지만 잊어버린 용어들이고, 아이들은 새롭게 배우게 되는 미술용어도 짧게 설명되어 있어 부담없이 새로운 분야의 용어를 익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테라코타’는 이탈리아어로 구운 흙으로 점토를 구워 만든 조각이나 장식품을 말한다. 그럼 ‘아상블라주’는 무엇일까요?  잠자리편에 가면 답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 하나는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 나온 작품들은 아시아, 남미,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지구 전역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회화작품에서도 나라별, 작가별 특성이 있지만, 비회화의 작품들은 이전에 보지 못한 신선한 것들이 아주 많았다.  원숭이 등에 원통형의 깔대기가 있는 종교의식에 쓰는 그릇, 나이지리아에서 관으로 사용한 코끼리모양 관, 각종 동물 가면 등.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보면 세계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여러 가지 장점들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바로 그림감상의 즐거움을 준다는 것이다.  미술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나도 책을 한 번 볼 때와, 두 번 볼 때의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동물들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표현이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처음 책을 볼 때는 한 장씩 빠르게 넘겼는 데, 다음에 볼 때는 한 작품씩 감상하는 재미에 빠져 훨씬 천천히 보게 되었다.  책의 가격이 다른 그림책들보다 조금 비싸지만 소장의 가치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연령의 차이가 있더라도 아이는 아이대로, 부모는 또 부모대로 즐길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이 책을 다 보고나서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 졌다.  ‘루브르박물관 가까이에서’, ‘명작 가까이에서-14세기에서 20세기의 서양화’, ‘예술 가까이에서-고대에서 현대까지’가 있다고 한다.

 

지식책 같은 딱딱함과 거부감이 없는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