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처음 받았을 때 조금은 당황했습니다. 글이 있어야 책이지 하는 고정관념에 사로 잡혀서 일까 상상력의 부재라고 할까 어찌 이 책을 접해야 할지… 난감하기도 했습니다. 9살 큰아이도 조금은 어려워 하는데 오히려 5살 작은 아이는 이 책을 보고 이야기를 합니다. 가운데 그림 속에서 나비를 찾기도 하고 이쁜 언니라며 좋아하기도 하고 놀라 한쪽눈만 빼꼼히 보는 장면을 보고 재미있어 하기도 하고..아이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갔습니다.

몇번을 보고 또 보고… 조금씩 그림 속 이야기를 만들어 가게 되는군요. 처음엔 왠지 저 많은 빈 공간에 내가 글로 채워줘야 할 것 같은 불안감 마저 들기도 했지만 들여다 보면 볼수록 뭔가 생각하게 하는 책입니다. 글이 없는 책, 빈 공간에 자신의 색으로 상상의 날애를 펼칠 수 있는 이런 책이 고정관념을 가진 어른들에게도,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흥미로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수지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지지 시작 했습니다.

이 책은 한 소녀가 외롭게 웅크리고 있는 장면부터 시작이 됩니다. 생각하기에 따라 다양한 고독이 있겠지요. 엄마가 일을 하러 가서 혼자만 있어야 하는 아이의 외로움을 표현했다고 느낄 수도 있고, 다문화 가족의 아이들은 환경에 대한 외로움이라 느낄 수 있을 수도 있고 다양한 고독을 사람마다 달리 느낄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러네요. 글을 써 내려가면서 이수지 작가의 멋진 책의 의미를 더 절실히 공감하네요. 여백의 미학이란 생각도 들고 그 여백에 수만 수천가지 생각들을 올려 놓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외로운 아이가 고개를 들어 거울 앞에 비친 자신과 똑같이 생긴 아이를 보고 놀랐다가 금새 친해져 신나게 노는 장면을 보면 괜히 외로웠던 아이가 즐거울 수 있어 제 마음도 즐거워 집니다. 그러다 아이들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립니다. 둘째는 둘이 하나가 된거라 표현하는군요. 그러다 책속에서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아이들… 다시 아이들은 나타나지만 이전과 다른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 토라진 것 같기도 하고 화가 난것 같기도 한 아이들..그리고 거울이 깨지고 맙니다.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아직도 저는 다양한 해석중입니다.

현실과 판타지 세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이 그림책으로 많은 생각을 하고 보면 볼수록 지금의 우리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쁜 현대를 사는 어른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