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만나는 옛이야기, 단물고개

시리즈 비룡소 전래동화 9 | 소중애 | 그림 오정택
연령 5~8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0년 3월 5일 | 정가 16,000원
수상/추천 CJ 그림책 상 선정 도서 외 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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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파란 표지에 금빛으로 반짝거리는 제목이 한 눈에 시선을 잡아끕니다.「단물 고개」라니, 전래동화지만 익히 들어본 적이 없는 새로운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한 장씩 책장을 넘기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옛날 옛날 /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 / 한 총각이 살고 있었는데….’로 이야기가 시작되는가 싶더니 갑자기 「단물고개」라는 큰 제목이 비로소 제시됩니다. 그 후에 본격적인 단물고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죠.

뿐만 아니라 ‘옛날 옛날(뿌연 구름) /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멀리서 보는 산의 정경) / 한 총각이 살고 있었는데….(산골짜기 사이의 작은 집 한 채)’식으로 장이 넘어갈 때마다 대상과 거리를 좁히는 장면들은 카메라의 앵글을 좁혀오는 촬영 기법을 연상하게 합니다. 이 특이한 도입부의 형식이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을 불러일으킵니다.

 

도입부뿐만 아니라 그림도 특이합니다. 눈에 편한 옅은 색의 한지 위에 부드럽게 먹물이 번진 것 같은 붓의 선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한국적이지만 그 위에 독특한 판화 기법으로 음영이 더해져서 현대적인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색과 밀도와 무늬가 각각 다른 판화 그림은 만화에서 톤을 붙여 음영과 무늬를 더하는 것을 연상되고요. 청년이 더위에 시달리는 장면은 주홍빛으로 뒤덮고, 단물을 마시고 난 뒤 느끼는 시원함은 하늘색으로 뒤덮는 과감한 색채 구성도 이야기의 흐름을 단단히 떠받쳐 줍니다.

 

인물들의 대사를 목소리의 크기에 따라 다른 서체로 변화를 준 것도 아주 감각적입니다. 그림책을 읽어주는 입장에서는 도드라진 서체의 부분을 자연스럽게 강조할 수 있게 되지요. 구수한 입말이 잘 구현되어있어 소리 내어 따라 읽는 것만으로도 할머니가 읽어 주는 것 같은 흐름으로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이예.”하고 따라 읽는 것만으로도 순박하게 늘어지는 총각의 심성이 느껴지지요.

 

이 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판화는 ‘종이 위에 다른 물체로 찍어서 무늬를 남기는 기법’이라는 것을 함께 알려주면 아이들은 집과 유치원에서 종종 하는 도장 놀이를 연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줄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난 골짜기와 인물들의 주변에 꼭꼭 숨어있는 호랑이, 나비, 노루, 토끼 찾으며 그림을 감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더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합니다. 옛이야기에는 많은 가치가 숨어있지만 그렇다 해서 익히 알고 있던 몇 개의 고정된 이야기들만 반복하는 것은 의미가 없지요. 그런 점에서 우리가 모르고 있던 새로운 옛이야기가 발굴되고, 그 이야기가 그림책이라는 형태로 탄생되어 누구보다 먼저 어린이들이 널리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정말 바람직한 일입니다. 그 그림책의 그림이 ‘옛스러운 것’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실험적인 기법을 과감히 도입했다는 것에도 커다란 의의가 있지요. 퐁퐁 솟아올랐다가 아지랑이처럼 사라진 단물 샘의 이미지가 제목을 담은 서체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이처럼 모든 면에 고심한 흔적이 보이는 완성도 높은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