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들려주는 듯 구수한 입담으로 듣는 옛 이야기

시리즈 비룡소 전래동화 9 | 소중애 | 그림 오정택
연령 5~8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0년 3월 5일 | 정가 16,000원
수상/추천 CJ 그림책상 선정 도서 외 7건

   옛날 옛날 한 옛날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렇게 시작하던 이야기를 할머니로부터 듣고 싶어서 졸랐던 기억이 난다. 최대한 자연의 리듬을 그대로 따르던 농촌생활은 해가 지면 이른 저녁을 먹고 곧 불을 끄고 자리에 눕는 생활이라서 어둠 속에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이 피기 일쑤였다. 할머니께 이야기를 청하면 할머니는 어서 자라고 두어 번 거절을 하시지만 꼭 ‘옛날 옛날 한 옛날에’ 하며 마치 노랫가락같은 특유의 음률을 만들어내며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바로 그런 구수한 구전의 리듬을 작가가 최대한 살리고자 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어머니가 뭐라고 말을 해도 “이예”라고 하는 착한 총각의 대답도 읽을수록 재미있는 하나의 리듬이 된다. 총각이 어디를 가든지 가져가는 주먹밥도 리듬이 된다.

  나무하러 가는 총각 지게 다리에는 보리 주먹밥이 대롱대롱
  (…) 총각의 괭이자루에는 주먹밥이 대롱대롱

  노모와 총각만 등장하며 재미난 리듬 속에서 총각의 효심을 강조하던 이야기는 갑자기 총각이 고갯마루에서 단물샘을 발견하면서 달라진다. 단물장사가 잘되어 돈을 벌게 된 총각이 돈 계산하고 그 돈으로 무엇을 할까 궁리하느라 도무지 노모의 봉양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다. 이야기의 리듬도 초기의 느긋한 리듬과 달리 조금도 급박해진다. 결국 총각은 단물에 더욱 욕심을 부려 단물샘을 쾅쾅 파게 되지만 단물샘이 말라버린다. 단물 팔 일이 없어진 총각은 노모에게 돌아간다. 허망한 결말이지만 효심을 강조하고 허황된 욕심을 경계하는 교훈을 주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아이들의 예쁜 동화책을 보면서 예쁜 책이 많아서 참 부럽다는 생각을 하지만, 책이 없는 대신 할머니나 할아버지를 통해서만 들을 수 있는 옛이야기에 대한 간절한 갈증이 없다는 점에서는 조금 안타깝기도 하다.

  이 책은 외형에도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옛 이야기의 분위기를 살리고자 한지 분위기가 나는 미황색의 내지를 사용했으며 우리의 민화등에서 볼 수 있는 전통문양을 이용한 판화그림을 차용해서 우리 정서를 반영하고자 했다. 두고 두고 펼쳐보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