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만남에서든 의미있는 존재가 되자

시리즈 블루픽션 41 | 폴 진델 | 옮김 정회성
연령 13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0년 1월 15일 | 정가 9,000원
수상/추천 뉴욕 타임스 선정 외 3건

  사람이 인연을 맺게 되는 계기는 다양하다. 이 책의 존과 로레인처럼 장난을 치다가 만났지만 진지한 만남을 이어오는 경우도 있고, 필연처럼 만났지만 흐지부지하게 헤어지는 경우도 있고 원수처럼 관계를 끝내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어찌 됐든 서로가 인연이 닿아서 만나게 되었다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고 서로에게 잊혀지지 않는 존재가 되어야겠다.

  고등학교 2학년생인 존과 로레인은 장난 전화를 치다 안젤로 피그나티라는 중년의 남자를 알게 된다. 아이들은 자선단체의 모금원이라는 로레인의 말을 곧이듣고 기부할 테니 찾아오라고 한 이 남자를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만나지만 차츰 그가 아주 외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내와 사별하고 동물에게 정을 쏟으면서 외로움을 이겨내려는 이 남자를 보면서 아이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그에게 사랑을 주게 된다.

  사실 존과 그레인도 외로운 처지이기는 마찬가지다. 아빠는 돌아가시고 간호사 일을 하는 엄마와 살고 있는 로레인은 바쁜 엄마를 대신해서 집안일도 해야 하고 혼자서 저녁을 보내는 경우가 다반사다. 존은 부모님과 함께 살고는 있지만, 부모가 그의 희망에는 전혀 귀 기울이지 않은 채 회사원인 형과 비교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존은 일찍부터 술 담배를 하게 된다. 존과 로레인은 처음 만날 때부터 서로를 뭔가 결핍과 강박증이 있는 정신병자라고 지칭하고 또 그것을 인정한다. 그런데 이들은 피그나티와의 만남을 통해 자기들에게도 따뜻한 마음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우정도 깨닫게 된다.

  결말이 슬프다. 피그나티가 죽는다. 이 글은 그의 사후에 존과 로레인이 번갈아 가면서 비망록을 적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피그나티의 죽음에 대해 많은 자책이 담겨 있지만, 자기들이 아니었더라면 피그나티가 홀로 외롭게 생을 마감했을지도 모르겠다며 일말의 자기 위로도 담고 있다.

  피그맨은 피그나티의 뚱뚱하지만 선한 모습이 돼지를 닮았다고 해서 그의 아내가 돼지 인형을 모으면서 붙여준 별명이라고 한다. 아내가 가장 아름다웠을 때 입었던 드레스와 아끼던 돼지 인형을 보면서 아내를 잃은 슬픔을 홀로 달래던 피그나티에게 존과 로레인은 세상에 대한 따뜻한 기억을 남겨준다.

  인간에게 외로움은 무엇일까? 밥보다 더 허기를 느끼게 하는 것이 외로움인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혼자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이다. 아내와 사별한 피그나티의 외로움, 먹고 살기 위해 돈벌이를 하는 엄마 대신에 집에 홀로 남겨진 아이의 외로움, 가족이 함께 살지만 자신의 마음을 이해받지 못하는 아이의 외로움. 세상에는 다양한 외로움이 존재한다. 서로가 함께 한다면 외롭지 않을 텐데 말이다. 이런 간단한 해결책을 자주 잊고 사는 것 같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로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