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너무 맘에 들었던 비룡소의 <단물고개>입니다.

왠지 달콤함이 묻어날 것 같은…

아이와 함께 읽은 전래동화 중에  ‘신기한 샘물’과 비슷한데 제목부터 차원이 다른 느낌이랄까요.

표지의 색상과 그림도 쉽게 접할 수 없는 신선함, 그러면서도 고전적 풍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왼쪽 테두리는 종이가 아니라 옷감천이라서 전래동화와 더 잘 어울려요

 

이야기는 마치 할머니 할아버지의 느긋한 음성으로 시작하는 듯 간지부터 시작합니다.

예쁜 색상과 함께 “옛날 옛날 한 옛날”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 딸아이가 추임새를 넣듯 “우와~~ 호랑이가 담배 펴?”

전래동화가 이렇게 시작하면 항상하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본 내용이 시작이 되네요.

글밥이 제법 있어 보이지만 적당한 길이와 비슷한 내용의 반복이라 절로 운율이 느껴져서

아이도 금방 따라합니다.

“…호랑이 조심해라.” “이예.”

“점심 꼭꼭 씹어 먹고.”이예.”

 

주인공 총각은 하루는 나무하고 하루는 나무팔고 하루는 밭에 나가 일을 합니다.

쪼글쪼글 늙으신 어머니를 위해 마당에 꽃도 심고 산열매도 따드리고 방바닥 뜨끈하게 불을 때며

가난하지만 행복한 효자였습니다.

 

어느날 총각은 나무 팔러 장에 가다 너무 목이 말라 고개에서 쉬던 중에

“뽀골뽀골뽀골.” 소리가 나는 곳에서 단물을 발견합니다.

단물 맛이 너무 좋아서 정말 행복해하죠.

 

단물맛이 너무 좋아서 혼자 먹기는 아까웠는지 다른 사람과 나눠 먹을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그 물을 돈을 받고 팔겠다는 욕심이 자리잡아요.

그때부터 매일 단물을 팔고 그 돈을 새고 그 돈을 어디 쓸까만 생각하게 되죠.

단물이 많이 팔릴수록 총각의 욕심은 끝없이 더해지고

어머니도, 나무도, 꽃도, 산열매도 모든 것을 잊어버린 채 돈에만 집착하게 됩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매일 하나의 알을 낳는 것에 불만인 한 욕심쟁이가 그랬듯

이 총각도 조금씩 고이는 단물이 한꺼번에 솟아나길 바라며 미친듯이 샘을 파다가

그 달콤한 단물이 모두 사라지게 되죠.

결국 실컷 욕심을 부리다 결국 다 잃은 총각은 울다 치쳐 어머니에게로 돌아간다는 내용입니다.

 

지나친 탐욕은 작은 행복마저도 빼앗아 간다는 전형적인 전래동화인데

<단물고개>는 유난히 마음에 남네요.

정성이 가득한 예술같은 그림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색 석판화 방식을 이용한 예쁜 색상과 고전적 그림, 페이지마다 볼거리가 가득합니다.

종이질도 한지느낌이나서 좋구요

 

딸아이는 뒷 내용을 궁금해 하더라구요.

보통 옛날 이야기가 해피엔딩이라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는데

이 이야기는 열릴 결말 구조처럼 읽고 나서 아이와 할 이야기가 많아집니다.

“총각은 다시 나무하고 나무를 팔까?”

“엄마한테 혼났을까?”

“단물은 또 나올까?”

아이가 정말 궁금한 게 많나 보더라구요.

 

아이와 <단물고개>그림을 흉내내기로 약속했는데 아직 못 지켰네요.

이 책의 그림을 보며 화장지로 물감을 묻혀서 꽃을 그리고 싶다고 했거든요.

조만간 독후활동을 해보고 싶네요.

이런 좋은 책을 만나게 되니 아이와 할 일이 다양해져서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