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시리즈 블루픽션 42 | 이옥수
연령 14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0년 3월 12일 |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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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유리창 너머로 꿇어앉아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어쩜, 저런 식으로 모욕을 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얌전하게 꿇어앉아 있는 애들이 참 딱하게 보엿다. 그런데 정애가 막상 그 자리에 꿇어앉아 있는 것을 보니 속에서 분이 꿇었다. 이 부당함을 따져야 하는데,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데…..그러나 난, 힘이 없다. 어쩌자고 우린 열일곱 살일까?

………………………….62페이지에서

 

서울에 와 보니 먹고사는 일이 얼마나 어마어마하고 무서운 일인지를 알게 되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살아내야 하는 것이다. 이제 알 것 같다. 은영이가 왜 그렇게 말끝마다 인생을 말하는지. 은영이는 분명, 살아내야 하는 이 어마어마한 일들을 이미 알고 있었고 인생이란 한마디 말 속에 그것을 넣고 싶었던 거다.

…………………………..84페이지에서

 

우리 셋은 정말 내기라도 하듯 김영섭을 욕하며 저주를 퍼부었다. 사람이 욕을 먹고 죽거나 저주로 죽는다면 그날밤 김영섭은 수천 번도 더 죽었을 거다.

………………………….125페이지에서

 

 

책을 읽는내내 안타까운 순지를 위로해주고 싶게 만드는 이야기이다. 너무 가슴 아픈 이야기. 실제로 있었던 일이기에 더욱더 가슴이 아프다. 과거의 모습. 과거의 아픈 언니들의 모습이 아리게 담겨있다. 깡새, 꿍새,꼼새 이렇게 세 단짝 소녀친구들은 청소년기를 풋풋하게 보내야함에도 불구하고 물질적인 현실의 부족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희생양이 되어 버렸다. 어른들의 몰지각한 현실속에 놓여있는 날개를 잃은 새들처럼 말이다.

 

순지는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고 싶어함에도 불구하고 날아갈수가 없다. 누가 붙잡아 놓는 것이 아니라 삶자체가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떠난다.  먹고 살기 위해서 배고픔에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애벌레의 시절을 잘 보내야만 하는데…그 시절에 날아갈수 없는 애벌레처럼 묶여 있다가 안타깝게도 어른들의 도덕적 무지와 현실적인 욕심에 희생양이 되어버리는 모습은 정말 눈물을 감출수 없게 만든다.

 

 나에게도 두 언니가 있는데 둘째 언니가 순지만할때 많이 아팠다. 공장 다니면서 너무 고생을 해서 그런지….그 때 기억은 나지 않는데 가족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언니가 죽을 한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책속에 나오는 귀신을 쫓아야된다고 무당을 불러들이고 굿판을 벌이려한 것처럼 우리 집에도 무당을 들이고 굿판을 벌인적이 있다. 그 때…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내 머리에 칼이 왔다 갔다 하고 소금을 뿌렸던 기억이 어슴프레하게 난다. 그게 왜 그랬는지는 기억이 나지않고 어슴프레하고 남아있었는데 알고보니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순지처럼 언니는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공급해주었다. 겨울이면 빨간색 유행하는 잠바를 사주고 가족들에게 명절이면 양말을 선물하곤했다. 지금 역시 언니는 가족들을 위해서 이모저모로 애쓰고 있다. 순지와 은영, 정애 그 셋이 한동안 머릿속에서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고 맴돌듯 하다. 그리고 언니를 보면 그 셋이 또 떠오를 것 같다. 가슴 아픈 시절의 이야기를 이렇게 글로 담아낸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읽는내내 셋이 웃고 떠들고 싸우는 장면들, 그리고 순지의 생각속에서 펼쳐지는 기억들이 통통 튀면서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그 때의 아픔을 잊지 말자. 그리고 지금도 그런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더더욱 잊지 말자. 그게 내가 될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