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을 버립시다

시리즈 비룡소 전래동화 9 | 소중애 | 그림 오정택
연령 5~8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0년 3월 5일 | 정가 16,000원
수상/추천 CJ 그림책상 선정 도서 외 7건

우리 옛이야기를 읽을 때면 마음이 편안하다. 그 속에 담겨있는 교훈은 깊이 숨지도 않고 읽는 사람을 나무라지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알아야 할 도리를 사람 사는 이야기로 들려주고 있다.

이 단물 고개 이야기는 한 마디로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교훈을 가지고 있다. 헉헉거리며 올라 선 고개마루에서 마시는 시원한 샘물을 팔아 부자가 되고 싶었던 총각의 이야기이다. 집을 나서며 늘 어머님께 고하고 녹음기 돌아가듯 반복되는 어머님의 걱정스런 말에도 짜증 섞지 않고 씩씩하게 대답하고 나가는 아들은 그 모습이 참 살갑다. 혼자 되신 어머님을 챙기는 손길도 어떻게나 세세하고 따땃한 온기가 넘치는지 모른다. 비록 쌀독에 쌀은 달랑달랑 할지언정 어머님을 섬기는 마음은 차고 넘친다. 그런 아들의 마음을 어머님은 너무도 잘 알고 계신다. 김 모락모락 나는 하얀 쌀밥을 드리진 못하지만 마당에 꽃을 심어 눈을 즐겁게 해드리고 산자락 헤매며 딴 산과일로 입을 즐겁게 해드리고 튼튼한 두 어깨에 짊어지고 온 나무로 불 지펴 따끈한 온돌로 어머님을 즐겁게 해 드린다.

 

이런 총각의 효심을 하늘이 아셨는지 고개 넘어가며 만난 바가지만한 옹달샘. 거기서 뽀글뽀글 흘러 나오는 샘물이 어찌 달지 않았을까? 고개를 오고가며 단물로 힘을 얻은 총각은 목마른 사람과 단물을 나누어 마셔야겠다는 기특한 생각을 한다. 생각이 여기서 멈췄으면 좋으련만 한 걸음 더 간 생각은 푼돈을 받을 생각을 한다. 대동강 물도 팔아 먹은 봉이 김선달이 있으니 바가지만한 샘물 팔아 먹은 총각을 어찌 탓하랴만은 한 푼 두 푼 들어오는 푼돈에 총각은 어머님을 잊고 만다. 추위에 떠는 어머님도 시들어 가는 꽃을 보며 한숨 쉬실 어머님도 바람결에 실려오는 머루, 다래의 달콤한 향에 입맛 다실 어머님도 이젠 총각의 마음 속에 없다.

 

쫄쫄거리며 나오는 단물에 갈증이 난 총각은 물구멍을 키워 단물이 콸콸 솟아나게 하려 한다. 단물 판 돈으로 기와집 짓고 비단 옷 지어 입으며 예쁜 각시 얻어 장가가고 싶은 마음에 눈이 먼 것이다. 단물 판 돈으로 어머님께 어찌 해 드리겠다는 이야기 쏙 빠졌다.

그렇게 단물 샘에 곡괭이질을 했지만 단물이 콸콸 나오기는 커녕 졸졸 나오던 단물마저 땅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어깨가 축 쳐진 총각은 비로소 자신의 욕심을 탓하며 터덜터덜 산 속 어머님이 계시는 집으로 돌아간다. 흡사 매일 황금알을 낳은 닭에 욕심을 내 배를 가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욕심이란 있는 복도 내치는 모양이다.

 

총각이 어머님에게 돌아간 후 단물샘은 어떻게 되었을까? 마지막 한 장을 넘기니 파란 샘물이 다시 뽀글뽀글 솟아나고 있다. 누군가 다시 그 고개를 넘으며 샘을 발견하고 달짝지근하고 향기롭고 시원한 샘물 맛을 보게 될 것이다. 누군가의 샘이 아닌 모두의 샘으로 그 고개를 지키고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