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똥꼬에게

시리즈 비룡소 창작 그림책 33 | 글, 그림 박경효
연령 6~9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8년 5월 29일 | 정가 12,000원
수상/추천 황금도깨비상 외 6건

우리 몸에는 많은 기관과 부분이 있다. 그 어느 것 하나라도 탈이 나면, 우리 몸은 전체가 아프다. 제각기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낼 때 몸이라는 거대한 조직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다. 우리 몸 중에서 그 어느 것 하나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것을 우리는 커서도(어른이 되어서도) 잘 모를 때가 많다. 40대가 가까워지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그런데 한 40년 정도 방치해놓았던 터라 여기저기 문제가 없는 곳이 없음을 깨닫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와 책을 읽을 때 우리 몸에 대한 책을 자주 읽곤한다.

 

이 책은, 몸의 어떤 기관에 대한 이야기면서 그 영역을 한없이 확장할 수 있는 책이다. 아이와 함께 몸에 대한 책을 읽다보면 보통은 각 기관이 하는 일이나, 영양학적인 관계도 생각하곤 한다. 그런데 이 책은 그것을 넘어서서 그 어느 것 하나 불필요한 것이 없다는 것으로 확장하고 보면 다양한 사회적 시각으로도 볼 수 있는 책이다. 어디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 하는 것은 읽는 독자의 마음이다.

 

입은, 엄마 아빠와 뽀뽀를 할 수 있기도 하고, 생일날 촛불도 끌 수 있다. 이가 있어서 음식을 잘게 부수기도 하고 혀가 있어서 맛을 보기도 한다. 그런데 요 입이 하는 일 중에 가장 바쁜 일이 있으니 바로 수다를 떠는 것이다. 우리가 수다를 떨다보면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나누기도 하지만, 그 입을 잘못 놀리면 문제를 일으키기 쉽다. 바로 입이 저지르는 실수다. 이 책에서는 입이 똥꼬에게 그런 실수를 하고 만다.

 

코와 눈, 귀, 손, 발은 모두 입이 잘한다고 떠벌리는 일을 하게 도와주는 역할이 있다. 입은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 그 친구들은 좋아하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똥꼬에게는 막말을 한다. 우리 주변에는 입같은 친구도 있고, 코, 눈, 손, 귀, 발과 같은 친구도 있다. 쉴새없이 자기자랑을 해대며 남을 깔보는 친구가 있는가하면, 자기 역할을 크게 내세우지 않지만 도움을 주는 친구도 있다. 그런데 둘러보면,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묵묵히 자기 일을 하며,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하는 ‘똥꼬’같은 친구도 있다.

 

뿌우웅 방귀나 뀌는 똥꼬에게 입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러자 똥꼬가 어느날 사라져버리는데..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똥꼬는 다른 이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하지만,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없다면 이 사회는 엉망이 되어버릴 것이다.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나와 좀 다르게 생겼다고 해서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각 기관이 각자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할 때 전체는 움직인다.

 

마지막에 똥꼬가 입에게 하는 행동도 그저 말없이 ‘피식~’ 방귀를 흘릴 뿐이다. 말만 앞세워, 결과만을 앞세워, 눈에 보이는 것만을 앞세워 행동하는 입같은 존재가 있는가하면,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행동하고 자신의 과업을 치켜세우지 않는 똥꼬같은 존재도 있다.

 

나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고 내 주위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냥 입과 똥꼬의 역할 그 자체로 보아도 괜찮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