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후드의 모험

시리즈 비룡소 클래식 23 | 글, 그림 하워드 파일 | 옮김 정회성
연령 11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0년 4월 30일 | 정가 1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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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후드의 모험 The Merry Adventures of Robin Hood

 

책의 두께에 경악했다. ’15소년 표류기’에 맞먹는 두께. 640쪽.

감히 줄거리를 써 보기에는 엄두도 안 나는 책이었다.

로빈 후드를 정식으로 읽어본 적은 없어서 기대했다.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말투에 섬세한 삽화가 눈길을 끌었다.

보통 모험이야기라 하면 손에 땀을 쥐고 빨리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 마련인데, 두께의 압박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지루한 감이 있었다.

내용 전개는 중간까지 너무 지루해서 읽고싶지 않기도 했지만 로빈 후드의 재치있는 입담이 책장을 하나하나 넘기면서 피식피식 웃게 해주었다.

로빈 후드가 일행을 얻어가는 과정은 그저 그랬지만 리틀 존과 로빈이 수도사와 거지로 변장해 모험을 떠나는 건 정말 흥미진진했다.

셔우드 숲의 세세한 묘사와 인물들의 생생한 설명은 내 머릿속에 셔우드 숲의 로빈 후드 일당이 살아 움직이게 해주었다.

황록색 옷을 입은 로빈 후드의 모습과 우람한 리틀 존, 잘생기고 듬직할 것만 같은 윌 스칼렛, 헤리퍼드 주교의 탐욕스러운 모습까지 말로 표현하긴 힘들지만 그들의 얼굴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뭐, 삽화도 한 몫 하긴 했지만.

이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의 장길산, 홍길동 등이 생각났다. 악한 일을 일삼는 고위 관료들을 괴롭히고 선량하고 약한 백성들을 도와주는.

그래도 사실 내가 헤리퍼드 주교 같은 위치에 있는 부유한 사람이었다면 로빈 후드를 굉장한 범법자로 여겼을 것이다. 리처드 경처럼 로빈 후드가 나를 살려준 은인이 아니라면 단지 나와 내 동료들을 괴롭히는 악당이었을 뿐일테니까.

난 로빈후드가 위대한 영웅인 줄 알았는데 책을 읽다보니까 아니었다. 로빈후드는 활 잘 쏘는 거 밖에는 무기를 다 조금씩 다룰 줄 아는거, 힘보다는 잔꾀와 계락이 뛰어나고 실수도 하는 평범한 백성이었던 사람이었다. 내게 로빈 후드와 같은 친구를 두는 건 참 유쾌한 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로빈후드가 실수로 삼림감독관을 죽이지만 않았다면 정말 성실하고 선량한 사람이 되었을까? 로빈후드가 어쩔 수 없이 숲속에 숨어살아야 하는 일이 없었더라도 그는 결국 이렇게 의로운 영웅으로 살았을 것 같다.

로빈후드의 부하들도 마찬가지였다. 넘쳐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살인을 해버려 숨게 된 사람들, 가난하고 평범한 인생말고 재미있고 즐거운 생활을 택한 사람들, 귀족과 성직자의 약탈과 부정부패를 견디지 못하고 자유를 찾아 셔우드 숲을 찾은 사람들. 내가 힘이 센 남자였다면 로빈 후드와 함께 셔우드 숲에서 관리들을 골탕먹이며 사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로빈 후드가 하워드 파일이 쓴 모험이야기인 줄 알았더니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다가 하워드 파일이 제대로 쓴 것이라는 사실도 새로 알았다.

로빈 후드의 최후는 정말 안타까웠다. 그래도 의리를 중요하게 여겼던 로빈 후드가 존 왕과의 약속을 저버린 것은 잘못한 일이였다. 셔우드 숲을 돌아가더라도 왕에게 사정을 말하고 그 대가를 치루고 돌아갔어야 했다. 또 그렇게 약속을 어기고 돌아갔으면 예전처럼 당당하고 자신있게 살아갈 것이지 열병까지 간 번뇌는 왜 했을까? 이해는 되지만 이 일이 로빈 후드의 일생 최대의 실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로빈후드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도움을 받은 사촌오빠를 자신의 안전만 생각해서 고의적으로 죽여버린 수녀원장이 나빴다.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그녀도 로빈에게 입은 은혜를 너무나 쉽게 잊고 말았다는 말이 참 안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