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우직녀의 애틋한 이야기 속의 또 다른 슬픈 이야기

연령 6~1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9년 8월 21일 | 정가 12,000원
수상/추천 아침독서 추천 도서 외 1건

늘 데면데면하게 대하던 아빠에게 찰싹 달라붙어 있다. 효력이 그리 길지 않지만 책이 주는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어릴 적부터 엄마와의 친밀감에 비하면 10%도 아빠에게 마음을 주지 않았던 아이와 속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 서툴렀던 아빠 사이에서 고심하다가 그 해결책을 그림책에서 찾아보려는 시도를 해봤다. 두 돌이 안 됐을 무렵 앤서니 브라운의 <우리 아빠가 최고야>가 최초의 시도였는데 아주 성공적이어서 그 뒤로도 가끔 아빠와 아이가 펼쳐나가는 이야기그림책을 적절하게 권하고 있다. 이 그림책을 처음 받았을 때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는데 뜻하지 않게 아빠에게 몇 발짝 다가가는 기회가 됐다. 칠월칠석에 담겨있는 견우와 직녀의 슬픈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 이야기 속에 까마귀 가족 까배네 이야기를 담고 있는 액자 구조의 그림책이다. 칠월칠석이면 견우직녀가 먼저 떠오르고 오작교 또한 쉽게 연상된다. 견우직녀가 일 년에 한번 만나기 위해 은하수를 건너는 다리가 되어주는 까마귀 가족이 들려주는 또 하나의 슬픈 이별의 이야기가 아이의 마음을 살짝 흔든 모양이다.

 


견우직녀의 이야기에 대한 많은 그림책들 중에서 까배네 이야기가 더해진 이 그림책이 눈에 들어온다. 그림 또한 너무나 곱고 아름다워서 슬픈 이야기와 어우러져 마음이 시려온다. 까배에게 견우와 직녀의 슬픈 이야기를 들려주며 견우와 직녀의 은하수 다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까배의 아빠는 하늘로 날아오른다. 아빠는 다른 까막까치들과 함께 떠나고 견우가 직녀를 만나러 가기 위해 수레를 씻을 때, 견우 직녀가 만나 기쁨의 눈물을 흘릴 때, 1년간의 이별을 앞두고 헤어지기 슬퍼서 눈물을 흘릴 때 땅에도 그렇게 비가 내린다. 드디어 하늘로 갔던 까막까치들이 돌아오고 까배는 동구 밖 은행나무에 나가 아빠를 기다린다. 하지만 아빠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대장 아저씨가 아빠의 소식을 전한다. 까배 아빠의 날개가 견우의 수레바퀴에 찢겨서 돌아오지 못했다는 슬픈 소식이었다. 하늘나라 물푸레나무 숲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내년 일곱 째 달 일곱 째 날 은하수 길이 열릴 때 만나자는 아빠의 말을 전한다. 내년 칠석부터는 견우 직녀의 만남뿐만 아니라 까배와 까배 아빠의 만남으로 그 슬픔과 설렘의 깊이가 두 배쯤 깊어질 것 같다. 까배 아빠의 무사귀환으로 결말지었다면 견우 직녀의 이야기 또한 그 익숙함 탓에 식상할 뻔했다.       


이 책은 비룡소「알콩달콩 우리명절」시리즈의 첫 번째 그림책이다. 칠석을 시작으로 설, 추석, 대보름, 동지 등을 소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야기 말미에 명절의 유래, 명절 음식 등의 명절에 대한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 까마귀 까배네가 들려주는 견우직녀 이야기로 칠석편을 꾸몄는데 다른 명절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풀어낼지 관심을 기울여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