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 베로니카와 농장 친구들의 관계 맺기

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208 | 글, 그림 로저 뒤봐젱 | 옮김 김경미
연령 5~9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0년 6월 21일 | 정가 12,000원
수상/추천 동원 책꾸러기 추천 도서 외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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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으로 이사를 해서 3월부터 유치원 생활을 시작한 친구들 사이에서 5월에 불쑥 이방인처럼 유치원을 다니게 된 내 아이. 게다가 집을 떠난 공간에서의 시간 보내기는 어릴 때 다녔던 문화센터가 전부인 아이에게 엄마와 떨어져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 유치원이라는 공간이 낯설고 무섭고 두려운 곳이다. 한 달 넘게 매일매일 눈물바다를 만들었던 유치원 생활이 이제 슬슬 제 궤도에 오르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건 바로 아이의 입을 통해 나오는 친구들의 이름을 통해서였다. 실수를 해도 놀려대지 않고, 서툰 놀이에 동참해주고, 미로 같이 느껴지는 곳을 안내해 주는 그런 친구들의 이름이 툭툭 튀어나오기 시작하면서 단짝친구도 생겨났다. 그러면서 유치원 다니는 아이의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하고 유치원 생활에 대한 이야기에 활기가 넘쳐났다. 바로 이런 시기에 <베로니카, 넌 혼자가 아니야> 바로 이 책이 온 것이다.


로저 뒤바젱의 그림책은 시대를 훌쩍 넘어서 내 아이에게 사랑받는 책이다. 그 시작은 ‘암거위 피튜니아’에서 시작됐다. 펌킨씨 농장의 거위 피튜니아 이야기를 다룬 <피튜니아, 공부를 시작하다>는 수도 없이 반복해서 읽은 책이다. 주인공 피튜니아 뿐만 아니라 펌킨씨 농장의 식구들의 캐릭터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듯한 이야기는 <피튜니아, 여행을 떠나다>, <베로니카 넌 특별해>를 거쳐서 <베로니타 넌 혼자가 아니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다양한 느낌의 펜화에 제한된 색을 사용한 그림을 흑백과 칼라로 번갈아 가며 보여주고 있는 것은 그림책에 새겨 넣은 로저 뒤바젱의 인장과도 같은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가끔 예외도 있지만 말이다. 50년도 훌쩍 넘은 로저 뒤바젱의 그림책들이 지금까지 그 생명력을 이어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동물들의 특징과 심리 상태를 제대로 그려내고 있는 그림이 큰 몫을 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그림과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 속에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교묘하게 숨겨둔 솜씨 또한 일품이다. 이 책 <베로니카, 넌 혼자가 아니야>에 담고 있는 이야기는 관계 맺기의 어려움과 소중함을 동시에 담고 있다. 나와 다름을, 그런 낯설음을 불편해하고 우선 배척하려고 하는 마음을 상대로 해서 상처 받고 상처 주는 과정을 통해 이해와 신뢰를 쌓아가면서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하마 베로니카가 시골의 한적한 농장에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마 베로니카는 농장의 평범한 동물들에게 낯설음과 호기심의 대상으로 주목 받음과 동시에 배척을 받게 된다. 익숙하고 편한 것이 주는 안정과 평화를 농장과 어울리지 않는 동물 하마가 깨뜨리기라도 할 것 같은 두려움이 하마 베로니카에게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게 만든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하마 베로니카가 동물 친구들에게 다가갈수록 친구들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베로니카의 험담을 하고 외면을 한다. 그런 친구들의 태도에 베로니카는 상심을 하게 되고 마음의 병을 얻어 두문불출하게 된다. 집 밖으로 나오질 않는 베로니카를 바라보는 동물 친구들의 마음도 슬슬 불편해지면서 베로니카를 걱정하기 시작한다. 각자 자신들의 방법을 찾아 베로니카를 찾아가 사과하고 위로하면서 베로니카의 마음을 움직인 농장의 친구들 덕분에 베로니카는 기운을 차리고 다시 집밖으로 나와 처음 농장에 도착해서 기대에 부풀었던 그날처럼 친구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마음에 드는 작가의 작품을 만나면 전작을 하려고 드는 습성이 그림책을 고르는 데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게다가 연작의 느낌이 강한 이런 작품들은 하나라도 빼놓으면 섭섭한 기분이 든다. 피튜니아 이야기를 통해 처음 만난 로저 뒤바젱의 매력적인 동물 캐릭터들을 이 책 속에서도 만날 수 있어서 반갑고 편안했다. 아는 만큼 작가와의 교감을 각별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게 시리즈의 장점이 아닐까. 거위 피튜니아, 말 스트로, 암소 클로버, 개 노이지, 고양이 코튼…친근한 펌킨 씨 농장의 식구들을 다시 만나 그림책을 보는 내내 즐거운 시간이었다.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새 친구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하마 베로니카, 새 친구들에 대한 기대보다는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이 컸던 내 아이. 다른 듯 닮아있는 두 녀석에게 행복한 시간을 선물한 것은 바로 친구들이었다. 유치원 방학이 끝나면 아이의 반 친구들에게 작은 선물을 하나씩 할 생각이다. 베로니카의 이야기를 통해 내 아이가 유치원에 조금씩 적응해 가는 과정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새삼 여섯 살 꼬마 녀석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마구 샘솟는다. 하물며 유치원 아이들도 친구에 대한 배려와 다가서는 방법을 아는데 타인에 대한 경계와 다름에 대한 몰이해와 편견으로 똘똘 뭉친 어른들의 모습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